이번 사안은 SK하이닉스와 한미반도체가 8년간 쌓아온 협력 관계가 SK하이닉스의 TC본더 공급 다변화 시도로 인해 균열을 드러낸 사례입니다.
SK하이닉스는 한화세미텍으로부터 420억 원 규모(12대)와 210억 원 규모(14대)의 HBM용 TC본더를 연이어 도입하며 복수 공급사 전략을 강화했고, 이에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 이천 공장에 파견 중이던 CS 엔지니어를 전원 철수시키고 TC본더 가격을 25~28% 인상하겠다고 통보했습니다.
이 충돌은 HBM 생산 안정성 우려를 낳는 한편, 국내 HBM 장비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에 대한 고민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배경: ‘8년 동맹’의 시작과 의미
2017년 SK하이닉스와 한미반도체는 HBM 핵심 공정 장비인 TC본더를 공동 개발하며 협업을 시작했고, 이후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에 TC본더를 독점 공급하며 매출이 급성장했습니다.
한미반도체 장비를 통해 SK하이닉스는 2024년 HBM 시장에서 점유율 65%를 달성하며 세계 1위 자리를 지켰습니다.
양사의 협력은 반도체 후공정 장비 고도화와 국내 HBM 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 상징적 사례였습니다.
주요 쟁점
1. 공급 다변화 vs. 파트너십
SK하이닉스는 특정 장비에 대한 과도한 의존으로 발생할 수 있는 가격 협상력 약화와 생산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싱가포르 ASMPT와 한화세미텍을 복수 공급사로 검토했습니다.
실제로 한화세미텍은 3월 14일 최종 품질검증(QC)을 통과한 뒤 12대(420억 원) 및 추가 14대(210억 원)의 TC본더 공급 계약을 SK하이닉스와 체결했습니다.
특허침해 소송 중인 후발주자를 선택한 것이 ‘8년 동맹’에 균열을 일으키는 도화선이 되었습니다.
2. CS 엔지니어 전원 철수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 이천 공장에 파견 중이던 CS(고객서비스) 엔지니어 수십 명을 전원 철수시켰습니다.
이들은 SK하이닉스 HBM 생산라인에서 TC본더 100여 대의 유지보수와 긴급 대응을 담당해왔기에, 인력 공백은 장비 가동 안정성에 직접적인 위협이 됩니다.
3. TC본더 가격 인상
동시에 한미반도체는 기존 공급가 대비 25~28% 인상을 통보하며, 처음으로 가격 정책을 조정했습니다.
이는 장비 의존도를 무기로 삼아 SK하이닉스를 압박하는 이례적인 조치로 받아들여집니다.
전망 및 시사점
- 공급망 안정화의 딜레마: 복수 공급사 전략은 가격 협상력과 리스크 분산에 유리하지만, 기존 파트너와의 신뢰 훼손이라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습니다.
- 서비스 중단 리스크: 장비업체의 CS 엔지니어 철수는 단기간 내 대응이 어려워, SK하이닉스는 긴급 대응체계 구축이나 자체 유지보수 역량 강화가 필요합니다.
- 글로벌 경쟁 구도 변화: ASMPT·한화세미텍까지 경쟁 구도가 확대되면서, 한미반도체는 마이크론·삼성전자 등 신규 고객 다변화에 집중할 것입니다.
- 국내 HBM 산업 경쟁력: 국내 후공정 장비업체들이 협력과 경쟁을 적절히 조율하지 못할 경우, 장비 고도화 및 시장점유율 유지에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사안은 단순한 ‘을의 반란’을 넘어, 글로벌 HBM 공급망 재편과 국내 후공정 장비 산업의 미래 방향을 가늠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