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표적인 배터리 기업인 닝더스다이(CATL)가 한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올해 1월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시에이티엘코리아 주식회사’를 설립하며 한국 법인 설립을 마무리하였고, 자본금은 6억 원, 발행 주식 수는 12만 주로 확인됩니다. 이번 진출은 단순한 사무소 수준을 넘어 배터리 및 에너지저장장치(ESS) 관련 제품의 판매부터 설치, 운송, 유통, 재활용까지 아우르는 사업 목적을 갖고 있으며, 전기차 충전소 운영, 물류, 창고업, 부동산 매매 및 임대업까지 포괄하고 있어 광범위한 시장 개척 의지를 보여줍니다.
CATL은 글로벌 전기차 및 ESS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테슬라, BMW, 포드 등 주요 완성차 업체에 배터리를 공급해온 바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현대차의 캐스퍼 일렉트릭과 기아의 레이 EV, 니로 EV에도 CATL의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CATL은 2025년 1~2월 기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점유율 38.2%를 기록하며 1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번 한국 법인의 공동대표로는 호주 국적의 권혁준, 중국 국적의 한신준 이사가 이름을 올렸으며, 권 대표는 법무 자문을 담당하며 국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리스크 대응에 주력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 대표는 본사와의 소통을 기반으로 한국 내 영업과 사업 확장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이처럼 초기 단계부터 법무, 인사, 마케팅, ESS 전문 영업 등 다양한 분야의 경력 인재를 채용하며 현지화에 나선 모습입니다.
특히 충남 지역이 차세대 생산시설 입지로 검토되고 있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충남은 삼성SDI, SK온 등 주요 배터리 기업의 생산공장이 밀집해 있고, 지자체의 R&D 예산 지원과 전력 인프라 측면에서도 유리한 여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CATL이 향후 이 지역에 생산시설을 설립하게 될 경우, ESS를 중심으로 한 국내 시장 공략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ESS 시장은 삼원계 배터리에 비해 화재 위험이 적고 구조적 안정성이 뛰어난 리튬인산철(LFP) 각형 배터리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 분야에서 CATL은 셀투팩(CTP) 기술을 활용해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동시에 안전성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해왔습니다. 테슬라 역시 일부 모델에 CATL의 LFP 각형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으며, CATL은 포드, BMW 등에도 공급을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올해 2월 정부가 확정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ESS 구축사업이 본격적으로 확대되고 있고 이달 안으로 540㎿ 규모의 사업이 발주될 예정입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CATL은 기술력과 생산력,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국내 ESS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한편, CATL은 한국뿐만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 전역으로 사업을 확대 중이며, 독일과 헝가리, 스페인에 이어 홍콩 증시 상장을 통해 50억 달러(약 7조 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헝가리 배터리 공장 건설 등 글로벌 생산역량을 더욱 강화할 예정입니다. 풍부한 유동성을 확보한 CATL은 이번 상장을 계기로 초저가 전략과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며 글로벌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보입니다.
다만, CATL이 국내 시장에서 단기간에 대규모 수주나 지배력을 확보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존재합니다. 국내 공급망과의 협력이 없이는 R&D 지원이나 정부 보조금 수혜가 제한되며, 한국 정부의 첨단산업법에 따라 세액공제 혜택도 생산시설 투자를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국내 배터리 산업 보호를 위한 보조금 차등 정책이 시행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CATL의 진출은 국내 배터리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ESS 분야에서는 안정성과 가격 측면에서 경쟁력이 높은 LFP 각형 배터리를 앞세워 국내 기업들과의 본격적인 경쟁이 불가피해질 전망입니다. 국내 업체들은 기술력과 제품 다변화를 통해 대응 전략을 모색하고 있으며, 정부 역시 산업 보호를 위한 정책적 고민이 더욱 필요할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