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 FDA, 왜 갑자기 동물실험을 줄이겠다고 했을까?

2. 동물 대신 AI? 약물 테스트의 판이 바뀝니다

3. 주가가 훅 오른 회사들, 이유가 있었죠

4. 떨어진 회사도 이유가 있었다

5. 이건 시작일 뿐…앞으로 바뀔 것들, 더 많습니다


FDA, 왜 갑자기 동물실험을 줄이겠다고 했을까?

2025년 4월 10일,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보건의료계와 바이오 업계, 그리고 투자 시장 전체에 큰 반향을 일으킬 만한 발표를 했습니다.

이날 FDA는 단일클론항체 치료제와 일부 의약품 개발 과정에서 동물실험 요구 조건을 점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밝혔는데요. 그 대신, 사람에게서 얻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신기술들을 활용할 수 있도록 장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여기에는 AI 기반의 약물 시뮬레이션, 실험실에서 배양한 인간 오가노이드(미니 장기 모델), 그리고 유럽이나 일본처럼 규제 기준이 유사한 국가에서 이미 확보된 사람 대상 안전성 데이터가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신약 임상시험 신청 단계부터 바로 적용되기 때문에, 현장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빠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동물 대신 AI?…약물 테스트의 판이 바뀝니다

그렇다면 투자자로서 궁금해지죠. 이번 FDA 발표가 왜 중요한가.

수십 년 동안 동물실험은 신약의 안전성을 확인하는 데 있어 일종의 ‘표준 절차’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동물과 사람의 생리적 차이는 무시할 수 없고, 윤리적인 부담도 계속해서 문제로 제기되어 왔죠.

FDA의 이번 조치는 이런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NAMs(New Approach Methodologies)' 라는 새로운 접근법을 도입하겠다는 FDA의 공식적인 입장 변화라고 읽을 수 있겠습니다.

NAMs에는 사람의 생체 반응을 AI로 시뮬레이션하거나, 실제 사람의 세포를 활용한 실험 방식이 포함되는데요.

이러한 접근 방식은 단순히 동물실험을 줄이자는 윤리적 이유를 넘어서, 개발 속도와 효율성 측면에서도 여러 이점을 갖고 있습니다.

약물 개발에 드는 시간이 줄어들고, 연구개발(R&D) 비용도 절감됩니다. R&D란 신약을 설계하고 실험하는 모든 과정을 포함하는 비용인데요, 이게 줄어든다는 건 곧 제약사의 리스크도 낮아진다는 뜻이죠.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이런 방식이 오히려 사람에게 일어날 수 있는 실제 부작용을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점인데요. FDA 국장인 마틴 A. 마카리 박사는 이번 발표를 두고 “더 안전한 치료제를 더 빠르게 전달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구조적 변화”라고 표현했습니다.


주가가 훅 오른 회사들, 이유가 있었죠

FDA 발표가 나온 직후, 시장은 곧바로 반응을 보였습니다. 특히 동물실험 없이 약물의 반응을 예측하거나 설계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주목을 받았는데요.

시뮬레이션스 플러스(Simulations Plus)는 약물이 인체 내에서 어떻게 이동하고 작용하는지를 소프트웨어로 예측하는 기업인데, 이 회사의 주가는 하루 만에 27%나 상승했습니다.

리큐전 파마(Recursion Pharma)는 AI와 세포 이미징 기술을 결합해 약물이 사람 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는데요. 이 역시 동물실험 없이 효율적으로 약물 후보를 좁힐 수 있어 주가가 25% 상승했습니다.

이 외에도 AI와 물리 기반 시뮬레이션으로 신약을 설계하는 슈뢰딩거(Schrodinger),

디지털 기반 바이오시뮬레이션 플랫폼을 제공하는 서타라(Certara),

AI를 활용한 단백질 기반 약물 개발을 하는 앱시(Absci)까지 모두 두 자릿수의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이들 기업은 공통적으로 AI 기술과 생명공학을 융합한 인체 기반의 실험 솔루션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기대를 받는 상황입니다.


떨어진 회사도 이유가 있었다

반면, 기존 동물실험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기업들은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찰스리버 연구소(Charles River Laboratories)인데요. 이 회사는 실험용 동물 공급과 동물실험 대행을 주요 수익원으로 하는 CRO(위탁연구기관)입니다.

FDA 발표 직후 찰스리버의 주가는 하루 만에 28% 가까이 급락했습니다. 다음 날 소폭 반등하긴 했지만, 시장의 방향성은 분명해 보였죠.

이제 더는 ‘동물실험이 당연하다’는 전제가 성립하지 않게 되면서, 이런 기업들은 앞으로 새로운 수익 모델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 된 셈입니다.

참고로 CRO는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의 일부 과정을 외주로 맡길 때 이용하는 서비스 업체입니다. 찰스리버는 특히 사전임상 단계에서의 동물실험에 강점을 보여왔기 때문에, 이 시장이 줄어들면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건 시작일 뿐…앞으로 바뀔 것들, 더 많습니다

이번 FDA 발표는 단지 규제 하나가 바뀌는 수준이 아닐 것 같습니다. 기술 변화가 규제를 바꾸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죠.

FDA는 올해 말, 관련 연구자, 기업, 그리고 시민사회를 포함한 공청회를 열 예정인데요. 이 자리에서 NAMs 방식의 구체적 적용 방안과 장단점, 개선 방향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또한 단일클론항체를 개발 중인 일부 제약사들과 함께, 거의 동물실험 없이 신약을 평가해보는 시범 프로젝트도 곧 시작된다고 밝혔습니다. 이 파일럿 프로그램의 결과는 향후 FDA 가이드라인 개정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큽니다.

만일 FDA가 그리는 청사진이 제대로 실현된다면 연구 개발 시간은 줄이고, 비용은 낮추며, 정확성은 더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기술 기반의 의료 혁신’이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환자에게는 더 빠르고 안전한 치료제를 제공할 수 있고, 제약사에는 새로운 비용 구조와 시장 기회를 제공하겠죠. 투자자에게도 분명한 시그널이 되고 있습니다.

바이오 업계든 투자 시장이든, 이 변화에 가장 빠르게 적응한 곳이 결국에는 가장 큰 기회를 가져가게 되겠죠. 과연 어떤 기업이 이러한 흐름을 먼저 실현해낼지 옥석 가리기가 중요한 시기일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