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프라다가 미국 카프리홀딩스로부터 베르사체를 약 13억80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2조 원에 인수하기로 공식 발표했습니다. 이번 인수를 통해 프라다는 다시 한번 ‘명품 그룹화 전략’을 본격화하며, 글로벌 럭셔리 시장에서 LVMH, 케어링과의 본격적인 경쟁에 뛰어들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됩니다.


프라다 측은 베르사체가 기존 프라다나 미우미우와는 전혀 다른 감성과 고객층을 보유하고 있어, 이번 인수를 통해 브랜드 포트폴리오의 스펙트럼을 확장하고 새로운 소비자층을 유입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CEO 안드레아 구에라는 베르사체가 지닌 과감하고 대담한 미학을 프라다그룹의 글로벌 인프라와 연결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프라다는 1990년대에도 헬무트 랭, 질샌더, 펜디 등을 인수하며 멀티브랜드 전략을 시도한 바 있으나, 이후 부채 부담과 내부 경영 효율화를 위해 프라다, 미우미우, 처치스 등 수익성 중심의 브랜드로 재편해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명품 산업이 LVMH와 케어링을 중심으로 재편되며 다시 대규모 인수합병이 활발히 이루어지자 프라다도 다시 한번 몸집 키우기에 나선 모습입니다.


베르사체는 1978년 잔니 베르사체에 의해 설립돼 1990년대 화려하고 관능적인 디자인으로 전성기를 누렸으며, 창업자 사망 이후 도나텔라 베르사체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아 브랜드를 이끌어왔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브랜드 리포지셔닝에 실패했다는 평가도 있어, 프라다가 어떤 방식으로 브랜드를 재건할지에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현재는 미우미우 출신인 다리오 비탈레가 새로운 수장으로 합류해 변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이번 인수가 주는 또 하나의 시사점은 인수 가격의 변화입니다. 카프리홀딩스는 2018년 베르사체를 약 21억 달러에 인수했지만, 이번에 프라다에 매각한 가격은 약 13억8000만 달러로 약 35%가량 하락한 수준입니다. 이는 프라다 입장에선 비교적 낮은 밸류에이션으로 잠재력 있는 브랜드를 확보한 셈이며, 향후 브랜드 리포지셔닝을 통해 자산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 여부가 관건이 될 것입니다.


프라다는 이번 인수로 조직 구조에 큰 변화를 주기보다는 유통 채널의 글로벌 다변화와 함께 브랜드의 고급화를 추진할 예정입니다. 특히 북미 시장 중심이었던 베르사체의 유통 전략을 아시아와 유럽 시장으로 확대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물론 리스크도 존재합니다. 베르사체 특유의 강렬한 아이덴티티가 프라다그룹 내 다른 브랜드들과 충돌할 가능성, 그리고 브랜드 재건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부담 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베르사체가 전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인 만큼, 프라다와 상호보완적으로 작용할 수 있겠지만, 그만큼 투입되는 리소스도 클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번 인수는 프라다가 단순히 브랜드를 추가한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들이 독립적인 존재에서 거대 그룹으로 재편되는 흐름 속에서 프라다는 다시 한번 그룹 전략을 재개했고, 이는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나 케어링과 같은 글로벌 거대 명품 그룹들과의 경쟁 구도에서 한 축을 담당하게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프라다는 지난해에도 미우미우의 성장세 덕분에 글로벌 시장에서 견조한 실적을 기록했으며, 이와 같은 기반 위에서 다시 대규모 M&A에 나섰습니다. 프라다코리아의 경우 지난해 매출은 6032억 원으로 증가했지만, 인건비와 임차료, 광고비 등의 증가로 인해 54억 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습니다. 이는 한국 시장에서의 경쟁 심화와 비용 구조 문제를 보여주는 사례로, 프라다의 글로벌 확장 전략과 별개로 각 지역별 운영 효율성 역시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한편, 국내 명품 거래 플랫폼 필웨이가 발표한 2025년 1분기 명품 브랜드 순위에 따르면 프라다는 전체 순위 9위에 올랐으며, 샤넬·에르메스·루이비통이 1~3위를 기록했습니다. 프라다는 미우미우 등 젊은 소비층을 겨냥한 브랜드의 인기로 인해 주목받고 있으나, 브랜드 간 경쟁이 치열한 만큼 향후 베르사체와의 시너지 효과가 순위 변동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관심사입니다.


이번 인수를 통해 프라다는 ‘이탈리아판 LVMH’라는 평가를 받으며, 브랜드 포트폴리오의 폭과 깊이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브랜드 재건의 성공 여부와 그 속도는 결국 시장과 소비자의 반응에 달려 있으며, 프라다가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고 새로운 국면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