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튜브는 진공에 가까운 아진공 튜브 속을 자기부상 기술로 고속 주행하는 새로운 개념의 초고속 교통수단으로,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차세대 이동수단입니다. 우리나라도 최근 국토교통부가 하이퍼튜브 핵심 기술 개발에 본격 착수하면서 본격적인 개발 원년을 선포하였습니다. 2027년까지 총 127억 원이 투입되며,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자기부상 추진 시스템 등 핵심 기술 개발을 주도합니다. 하이퍼튜브는 시속 1,200km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약 20분 만에 도달할 수 있어, 현재의 고속열차(KTX, 약 2시간 소요)를 대체하거나 보완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탄소 배출이 거의 없고, 기상 영향을 적게 받으며, 고속 이동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비행기보다 빠르면서도 더 친환경적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하이퍼튜브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차량이 공중에 떠서 추진되는 자기부상 기술과 극저압 상태를 유지하는 진공 튜브 기술이 핵심입니다. 특히 한국은 고온초전도 기반의 자기부상 기술과 진공 튜브의 밀폐성능을 확보하는 분야에서 빠른 기술 축적을 이루고 있습니다. 철도연은 2020년 이미 17분의 1 스케일의 축소 모델로 시속 1,020km 주행 시험에 성공하며 기술 실현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건설연은 지름 4m, 길이 10m의 대형 콘크리트 튜브에서 45분간 진공 유지에 성공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 개발은 미국에서 처음 시작된 하이퍼루프 개념과 궤를 같이합니다. 하이퍼루프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및 스페이스X CEO가 2013년 처음 제안한 교통 수단으로, 기존 교통수단보다 빠르면서도 효율적인 새로운 방식의 이동수단을 꿈꾸었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특히 런던에서 뉴욕까지 약 5,500km를 단 54분 만에 주파할 수 있는 수중 하이퍼루프 터널 개념까지 언급한 바 있으며, 이는 시속 4,800km를 목표로 한 초현실적인 비전이었습니다. 또한, 런던에서 파리까지 35분, 뉴욕에서 워싱턴까지 29분이면 도달할 수 있는 하이퍼루프 시스템도 제안하며 세계 주요 도시 간 물리적 장벽을 없애겠다는 꿈을 드러냈습니다. 머스크는 기존 비용의 1/1000 수준으로 초저비용 터널 건설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며,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기업으로 ‘보링컴퍼니(The Boring Company)’를 설립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하이퍼루프는 단순한 아이디어에 머무르지 않고 각국의 국가 및 민간 연구 기관들에 의해 본격적인 기술 개발이 시작되면서 현실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인도는 세계 최장 시험 노선(40km)을 건설하고 있으며, 중국은 2023년 산시성에서 2km 시험 노선을 통해 623km/h의 속도를 실험 주행에 성공하면서 일본의 자기부상 최고속도 기록(603km/h)을 경신했습니다. 특히 중국은 철강과 콘크리트를 결합한 복합 튜브, AI 기반 자기 댐퍼, 고정밀 설계 기술 등으로 기존 하이퍼루프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으며, 향후 시험선을 60km로 연장하고 시속 1,000km 운행 실험을 추진 중입니다.


국내에서도 자기부상 추진 시스템은 EDS(초전도 반발식) 방식으로 개발되고 있으며, 이는 시속 500km 이상의 고속 주행에서도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성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하이퍼튜브 추진 전력 시스템에는 계단식 H-브릿지 다중 레벨 인버터, 광트리거 사이리스터, 동기 PWM 변조 기술 등이 적용되어 고출력, 고효율을 동시에 달성하고 있습니다. 초고속 운행으로 인한 튜브 내 고온 현상, 충격파에 대한 저감 기술도 병행하여 개발되고 있습니다.


한편, 하이퍼튜브는 단순히 기술 개발 차원을 넘어 지역 간 이동 시간 단축으로 국가 전체의 균형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기술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서울-부산을 20분 내 연결하고 전국을 1시간 생활권으로 통합함으로써 수도권 과밀 문제 해결과 지방 소멸 위기 대응, 지역 경제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블라디보스토크까지 1시간, 베이징까지 1시간 10분 만에 도달 가능한 동북아시아 1일 생활권 실현도 가능해질 전망입니다. 서울을 중심으로 반경 1,500km 내 7억 5천만 명의 인구와 8조 달러 규모의 경제권이 존재하는 동북아에서 하이퍼튜브는 우리의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전략 인프라로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정부의 적극적인 예산 지원과 제도 정비가 병행되어야 하며, 둘째, 기술성숙도(TRL)를 실험실 수준에서 실대형 검증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합니다. 셋째, 시속 1,000km 조건에서의 성능, 안전성을 검증할 수 있는 20km 이상의 시험선 구축이 필수적입니다. 넷째, 중국, 일본 등 인접 국가들과 공동연구를 통해 기술 표준화와 국제 협력을 확대하고, 유럽 표준화 기구에도 적극 참여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하이퍼튜브는 글로벌 교통 생태계를 재편할 수 있는 ‘게임 체인저’이기에, 한국이 핵심 부품과 기술을 주도하고 시험 인프라는 글로벌 파트너 국가들과 협력하는 방식으로 전략적 역할 분담을 추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이퍼튜브는 단지 빠른 교통수단을 넘어서, 대한민국의 기술력과 산업 역량, 그리고 미래 국가 경쟁력을 전 세계에 증명할 수 있는 결정적인 기회입니다. 머스크가 그린 구상이 단지 상상이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지금, 우리는 K-하이퍼튜브라는 이름으로 이 새로운 여정을 선도해 나가야 할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