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철강업계와 조선업계가 매년 두 차례 진행하는 후판 가격 협상이 또 한 번 뜨거운 논쟁의 중심에 섰습니다.
지난 1년 6개월 동안 후판 가격이 톤당 약 20% 하락하며, 철강사는 수익성 악화에 따른 가격 인상 요구를 내세운 반면, 조선사는 원가 절감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가격 인하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협상의 배경과 현황
- 후판의 중요성: 후판은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으로, 선박 건조 원가의 약 20%를 차지하는 핵심 자재입니다. 조선사의 수익성에 직결되는 만큼, 협상 결과는 양측의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 가격 하락 추세: 2023년 상반기 후판 가격이 톤당 약 100만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최근 협상에서 하반기 가격이 톤당 90만원대 중후반, 나아가 70만원 후반까지 떨어졌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이는 1년 6개월 사이에 20% 가까이 하락한 셈입니다.
- 원자재와 환율 변수: 철광석 가격은 연초 약 140달러에서 최근 100달러 선으로 하락하며, 이는 후판 생산 원가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또한, 최근 고환율 등 수입 원자재 비용 상승도 철강사의 가격 인상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철강업계 vs 조선업계, 상반된 입장
- 철강업계의 입장: 철강사는 최근 업황 악화와 실적 부진에 직면해 있어, 후판 가격 인상을 최소한 동결하거나 소폭 올려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중국산 후판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역시 철강사의 협상력을 약화시키고 있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과 환율 부담 등으로 인해 수익성 확보가 시급한 상황입니다.
- 조선업계의 입장: 반면 조선사는 중국산 후판의 저가 경쟁력과 원자재 가격 하락을 근거로 국산 후판의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조선사는 저가 수입산 후판이 가격 경쟁력을 높여 건조 비용을 낮추고, 실적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중국산 후판의 등장과 시장 변화
- 저가 공세의 영향: 중국산 후판은 톤당 약 70~80만원 수준에 거래되고 있어, 국산 후판에 비해 상당히 저렴합니다. 이에 따라 조선사는 품질이 큰 차이가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더 낮은 가격의 중국산 후판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 수입 증가 현상: 최근 중국의 조강 생산량 증가는 수입산 후판의 대규모 유입으로 이어졌으며, 이는 국내 후판 가격 협상에 부담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산 후판 수입량이 급증하면서, 국내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점점 더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향후 전망과 해결 방안
양측의 입장 차이가 크게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향후 협상 타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 포뮬러 방식 도입: 철강·조선업계가 원자재 가격과 주요 지표를 반영하는 포뮬러 방식 도입을 논의 중이나, 아직 구체적인 합의에는 이르지 못한 상황입니다.
- 정부의 역할: 정부의 반덤핑 관세 부과 결정 등 정책적 대응도 향후 협상 결과에 영향을 미칠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 업계 간 협력 강화: 단기적 문제 해결을 넘어, 장기적인 산업 구조조정과 상생 방안을 모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