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회장은 지난 3월 27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월섬에 위치한 현대차그룹의 로봇 자회사인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방문해 차세대 제조 전략의 핵심으로 로봇과 인공지능 기술을 강조했습니다. 이번 방문은 단순한 현장 점검을 넘어, 타운홀 미팅 형식으로 보스턴 다이내믹스 임직원 약 8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그룹 차원의 대규모 로보틱스 전략을 직접 공유하는 자리였습니다. 장재훈 부회장과 로버트 플레이터 CEO 역시 함께 무대에 올라 향후 협력 계획을 발표하였고, 현대차그룹이 미국 내에 약 210억 달러, 우리 돈으로 31조 원에 달하는 투자 계획을 수립했음을 공식화했습니다. 이 중 60억 달러는 로보틱스 및 전략적 협력에 집중 투자될 예정입니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생산 역량을 적극 지원하여 수만 대 규모의 로봇을 본격 도입할 계획이며, 현재 ‘스팟’을 설비 점검 및 예지 정비에 활용하고 있고, 향후 ‘아틀라스’ 도입도 검토 중입니다.


이번 발표에는 로보틱스 외에도 전반적인 미국 내 투자 확대 계획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부품 및 물류, 철강, 미래 산업 등 전 분야에 걸쳐 31조 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할 예정이며, 이는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정의선 회장은 해당 발표를 위해 백악관에서 직접 트럼프 대통령 옆에서 이 계획을 발표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현대차그룹을 ‘위대한 회사’로 치켜세우며, 상호관세가 적용되지 않도록 예외를 인정하는 긍정적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 자동차, 에너지 등 자국 내 제조업에 대한 투자를 특히 중요하게 여기고 있기 때문에, 현대차그룹의 철강 산업 및 LNG 구매 확대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1986년 미국 시장에 소형차 엑셀을 수출하며 첫 발을 디뎠고, 이후 2003년 캘리포니아 어바인에 미국디자인센터를 세우고, 2005년에는 미시간에 기술연구소 본사를, 앨라배마주에는 미국 생산 공장을 설립하는 등 현지화를 가속화해왔습니다. 최근에는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와 엘라벨에 추가로 공장을 설립하며, 미국 내 생산체계를 총 세 곳으로 확장하였고, 이를 통해 연간 100만 대 생산체제를 구축했습니다. 특히 2024년 10월부터 아이오닉 5 생산을 시작하고, 2025년 3월부터는 아이오닉 9을 양산하며, 향후 제네시스 및 기아 모델까지 포함해 라인업을 확장할 계획입니다. 또, 하이브리드 차량도 혼류 생산하여 다양한 친환경차 수요에 대응할 방침입니다.


조지아주 엘라벨에 설립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는 첨단 자동화 기술과 AI·로보틱스를 통합한 소프트웨어 중심 공장으로, 정의선 회장은 이를 단순한 생산거점이 아닌 모빌리티 미래를 현실화할 핵심 기지로 평가했습니다. 이번 준공식에는 조지아 주지사 브라이언 켐프, 주미 한국 대사, 조지아공대 총장, 미국 연방 하원의원 등 주요 인사들도 참석하여 현대차그룹의 투자에 깊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HMGMA는 연산 30만 대 규모로 시작하였으며, 향후 50만 대까지 생산 능력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이곳에서는 아이오닉 5, 9 외에도 기아 모델과 제네시스까지 생산될 예정이며, 연산 30GWh 규모의 LG에너지솔루션과의 합작 배터리 공장도 인접 부지에 건설되고 있습니다.


이번 미국 내 대규모 투자와 생산 확대는 단순히 시장 대응 차원을 넘어, 전략적 통상 리스크 관리에도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입니다. 특히 미국의 상호관세 정책과 자동차 관세 이슈 속에서, 선제적이고 명확한 대미 투자 약속은 현대차그룹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부터 우호적 반응을 이끌어낸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차그룹은 GM과의 포괄적 협력 MOU를 통해 북미 공급망에도 접근하며, 공동 부품 소싱 등 다양한 전략적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한편, 국내에서는 이 같은 대규모 미국 투자 확대에 대한 우려도 존재합니다. 국내 생산이 줄어들고,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노동계의 문제 제기가 잇따르고 있으며, 실제로 기아 화성지부는 국내 배터리 공장 설립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은 국내에도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24조30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며, SDV, 전동화, 자율주행 등 미래차 분야에 집중하여 신성장 동력 확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국내외 투자를 병행함으로써 글로벌 공급망 최적화와 기술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전략입니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전략은 단순한 현지화 수준을 넘어, 모빌리티 산업 전체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끄는 포석으로 읽힙니다. 전기차 생산 확대, AI·로보틱스 기반 제조 혁신, 북미 공급망 확보, 미국 내 R&D 및 디자인 역량 강화 등 다방면의 노력이 종합적으로 전개되고 있으며, 이는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톱티어 완성차 기업으로서 위상을 더욱 확고히 다지는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