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의 김승연 회장이 ㈜한화 지분 절반을 세 아들에게 증여하면서 그룹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사실상 마무리됐습니다. 김 회장이 보유한 22.65%의 지분 중 11.32%를 장남 김동관 부회장, 차남 김동원 사장, 삼남 김동선 부사장에게 각각 4.86%, 3.23%, 3.23%씩 나눠 증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세 아들이 100% 지분을 보유한 한화에너지가 ㈜한화 지분 22.16%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삼형제의 실질적인 지분율은 총 42.67%로 확대됩니다. 이는 김 회장의 현재 지분율인 11.33%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사실상 그룹의 경영권이 세 아들에게 이양됐음을 의미합니다.
이번 증여는 최근 있었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대규모 유상증자와 한화오션 지분 인수 등의 논란을 정면 돌파하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총수 일가가 지분율을 줄이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모습을 보인 것은 승계의 정당성과 투명성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됩니다. 특히 한화는 유상증자 이후 투자자들로부터 "승계를 위한 자금 확보 아니냐"는 의심을 받아왔는데, 이번 증여를 통해 이러한 오해를 해소하고 사업 본연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결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유상증자 및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점에서 한화의 기업가치 재평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실제로 한화 및 관련 종목들이 증여 발표 이후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SK증권은 한화의 목표 주가를 기존 4만 4000원에서 5만 4000원으로 상향 조정했으며, 대신증권도 목표 주가 6만 원을 유지하며 긍정적인 시각을 내놓았습니다. 특히 한화가 현재 순자산가치(NAV) 대비 약 75%의 할인율에 거래되고 있다는 점에서 밸류에이션 매력도 높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화그룹의 승계는 단지 지분 이동에 그치지 않습니다. 김동관 부회장은 태양광, 우주, 방산 등 그룹의 핵심 미래 성장동력을 총괄하며 확실한 후계자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김동원 사장은 금융 부문, 김동선 부사장은 호텔과 유통 등 비금융 부문을 각각 맡아 각자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김 회장은 회장직을 유지하며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과 경영 자문 역할을 수행할 예정입니다. 이번 조치는 향후 한화의 경영체제가 ‘김 회장 단독 중심의 2.0 시대’에서 ‘삼형제 공동 경영의 3.0 시대’로 전환됐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물론 과제도 남아 있습니다. 지분 증여에 따라 발생하는 2218억 원 규모의 증여세는 연부연납, 배당 확대, 지분 담보 대출 등의 방식으로 충당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한화는 충분한 이익잉여금과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배당 성향만 일부 조정하더라도 자금 확보는 가능할 것으로 평가됩니다. 특히 김동관 부회장이 이끄는 한화솔루션, 김동원 사장이 주도하는 한화생명 등의 계열사도 배당 확대와 투자 수익을 통해 유동성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지분 증여는 단기적으로는 증여세 납부에 집중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한화에너지의 상장, ㈜한화와의 지분 맞교환, 자사주 활용 등 다양한 재편 시나리오가 논의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증여는 단순한 상속 절차를 넘어 그룹의 장기적인 전략에 기반한 정교한 설계로 볼 수 있습니다.
한편, 최근 발표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무인기 공동개발 계획 역시 삼형제 체제의 실행력을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김동관 부회장이 미국 GA-ASI와의 협력을 주도하며, 첨단 방산 분야에서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후계자 체제 구축을 넘어 실질적인 성과 창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푸드테크 계열사인 한화푸드테크는 아직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기술 투자 및 급식사업 확대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사업 구조를 다변화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일부 매장 리뉴얼과 R&D 비용 증가로 인해 영업적자를 기록했지만, 향후 로봇 조리 시스템과 새로운 브랜드 출시 등을 통해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단체급식 부문 강화, 아워홈 인수 등의 외부 요인이 결합될 경우 긍정적인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이번 한화그룹의 지분 증여는 한국 재계에서 보기 드문 정공법 승계 사례로 평가받고 있으며, 향후 삼형제 체제가 어떤 방식으로 그룹의 성장을 이끌어갈지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