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1일부로 공매도가 전면 재개되면서 국내 증시에 큰 변동성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날 하루 동안만도 SK하이닉스, 카카오 등 코스피 상장사 14개사와 테크윙, 네이처셀 등 코스닥 상장사 29개사가 공매도 과열 종목으로 지정되어 공매도 거래가 금지됐습니다. 한국거래소는 공매도 과열 종목으로 지정된 종목의 주가가 당일 5% 이상 하락할 경우 공매도 금지 기간을 연장하고, 그렇지 않으면 익일부터 공매도 거래를 재개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습니다.


이번 공매도 재개는 약 17개월 만에 이루어진 것으로, 과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부분 허용 또는 전면 금지가 반복됐던 공매도 제도가 다시 모든 종목으로 확대 시행된 것입니다. 정부는 이를 위해 그간 불법 공매도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전산 시스템도 도입했습니다. 특히 한국거래소는 공매도 전산 시스템(NSDS)을 통해 잔고 내역, 대차 내역, 매매 체결 정보를 실시간으로 대조해 무차입 공매도 여부를 확인하고, 위법이 발견될 경우 금융당국에 통보하는 절차를 마련했습니다.


공매도 재개 첫날 외국인의 공매도 거래대금은 코스피에서 1조1178억 원, 코스닥에서 3655억 원으로 전체 공매도 거래의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2366만 주, 코스닥 시장에서는 1693만 주를 공매도하며 시장에 상당한 하방 압력을 가했습니다. 이에 따라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3.00% 하락한 2481.12에, 코스닥 지수는 3.01% 하락한 672.85에 마감했습니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 2500선을 하회한 것은 두 달여 만의 일입니다.


공매도가 집중된 종목을 보면, 코스피에서는 SK하이닉스가 2298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그 외에도 한미반도체, LG에너지솔루션, 삼성전자, 현대차, 카카오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코스닥에서는 제약·바이오와 2차전지 관련 종목에 공매도가 몰렸으며, 알테오젠이 590억 원, 에코프로가 523억 원으로 상위를 차지했습니다.


공매도 재개 전후로 대차거래와 대차잔고가 증가했던 종목들은 수급 논리에 따라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특히 대차잔고가 급증했던 2차전지와 바이오 업종에 대한 공매도 압력이 높아진 가운데, 이들 종목은 단기적으로 하락세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입니다. KB증권은 과거 공매도 재개 시기와 비교해 대차잔고가 증가했던 종목들이 재개 후 수 주간 수익률이 하위권에 머물렀다고 분석했으며, 반면 공매도 재개 전 시장 주도주는 단기적으로 강세를 유지한 경향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증권가는 1분기 실적 발표 시기와 공매도 재개가 맞물리면서 이익이 기대에 못 미치는 종목들에 대한 공매도 집중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특히 수급에 의해 주가가 오른 종목 중 연기금이 집중적으로 매수한 기업들이 공매도 타깃이 될 수 있으며, 이익 전망이 좋지 않은 철강, 화학 업종이 그 예로 꼽히고 있습니다. 실제로 대차잔고 비중이 높은 종목으로는 에코프로비엠, 포스코퓨처엠, 유한양행, HLB 등이 있으며, 이들은 공매도 세력에 노출될 수 있어 단기적으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됩니다.


이와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공매도 재개가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참여를 유인하고 시장의 유동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키움증권은 과거 공매도 금지 이후 외국인의 거래 비중이 증가한 점을 들어 공매도 재개가 외국인 순매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반면, 신한투자증권은 공매도 재개와 외국인 수급 간의 인과관계는 제한적이라며 글로벌 자금 흐름의 일부로 봐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결과적으로 공매도 재개는 단기적으로 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제도 개선과 함께 투자 기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공매도 전산화 시스템이 정착되고, 불법 공매도에 대한 제재가 실효성을 갖추게 된다면 시장의 신뢰도는 오히려 높아질 수 있으며, 펀더멘털이 탄탄한 기업은 수급 불안정 속에서도 중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투자자분들께서는 공매도 흐름뿐만 아니라 기업 실적, 대차잔고 비율, 밸류에이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전략을 세우시는 것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