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와 한화세미텍이 고대역폭메모리(HBM) 핵심 장비인 ‘TC 본더’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국내 반도체 산업에서 중요한 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계약은 SK하이닉스가 HBM 생산량을 대폭 확대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인 후공정 장비 확보를 위한 중요한 결정이며, 한화세미텍은 이 협업을 통해 반도체 장비 시장에서의 입지를 한층 더 강화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SK하이닉스, 한화세미텍과 TC 본더 계약 체결

14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한화세미텍과 TC 본더 공급 계약을 완료하고 장비 구매에 나섰습니다. TC 본더는 여러 개의 D램 칩을 정밀하게 적층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인 장비로, HBM 제조 공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이번 계약을 통해 한화세미텍은 SK하이닉스에 초도 물량으로 약 10대를 공급할 예정이며, 이미 SK하이닉스가 제시한 납기를 맞추기 위해 생산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60~80여 대의 TC 본더를 추가 구매할 계획이며, 한화세미텍이 이 중 절반 이상을 공급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는 한화세미텍이 HBM3E 및 차세대 HBM4 제조를 위한 핵심 파트너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입니다. SK하이닉스는 당초 50대 규모의 TC 본더를 구매할 계획이었으나, HBM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후공정 라인을 확장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TC 본더 수요도 더욱 커졌습니다.

한화세미텍은 지난해 6월 SK하이닉스에 시험용 TC 본더를 납품한 이후, 약 9개월 만에 이번 계약을 성사시켰습니다. 이는 SK하이닉스가 한화세미텍의 기술력을 인정한 결과로 해석되며, 앞으로의 추가 공급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습니다.

HBM 제조의 필수 장비, TC 본더의 역할

TC 본더는 HBM 생산 과정에서 필수적인 장비로, 여러 개의 D램 칩을 수직으로 정밀하게 적층하는 기능을 합니다. SK하이닉스는 특히 ‘매스리플로-몰디드언더필(MR-MUF)’ 공정을 통해 적층된 D램 칩들을 일종의 접착제로 결합하는데, 이 공정을 진행하기 전에 D램을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하고 고정하는 ‘초벌’ 가접합 작업이 필요합니다. 이 역할을 담당하는 장비가 바로 TC 본더입니다.

즉, TC 본더는 D램 적층의 첫 단계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를 통해 전체 HBM 제조 공정의 안정성과 효율성이 좌우됩니다. SK하이닉스가 한화세미텍의 장비를 도입하기로 결정한 것은 그만큼 한화세미텍의 기술력이 인정받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한화세미텍, 글로벌 경쟁 속 성장 가속화

이번 계약을 통해 한화세미텍은 반도체 장비 시장에서 더욱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보입니다. 기존 TC 본더 시장에서는 한미반도체와 ASMPT가 강자로 자리 잡고 있었지만, 한화세미텍이 SK하이닉스의 공급망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특히 한화세미텍은 차세대 HBM 기술인 ‘하이브리드 본딩’에 필요한 장비도 개발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HBM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더욱 높이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습니다.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은 기존의 본딩 방식보다 더 높은 집적도를 구현할 수 있도록 해주는 차세대 기술로, 향후 HBM 시장에서 중요한 기술적 요소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삼남인 김동선 한화세미텍 미래비전총괄(부사장)도 반도체 장비 사업을 직접 챙기며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김 부사장은 “한화세미텍만의 독보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빠르게 시장을 넓혀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어, 앞으로의 성장 전략이 더욱 주목됩니다.

SK-한화, AI 반도체 시장에서 협력 강화 전망

이번 계약은 단순한 장비 공급 계약을 넘어, SK하이닉스와 한화세미텍이 AI 반도체 시장에서 전략적으로 협력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중요한 사건입니다. HBM은 AI 반도체의 핵심 메모리로, AI 데이터센터와 고성능 컴퓨팅(HPC) 시장에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더욱 높이기 위해 생산 역량을 확대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필요한 핵심 장비를 한화세미텍과 협력하여 확보하는 것입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AI 반도체 시장에서 엔비디아(NVIDIA) 등 글로벌 기업들의 주요 공급업체로 자리 잡고 있으며, 이번 협업을 통해 더욱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한 한화세미텍 역시 SK하이닉스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반도체 장비 시장에서의 입지를 넓혀갈 전망입니다.

이번 계약을 계기로 SK하이닉스와 한화세미텍 간의 협업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큽니다. 한화세미텍이 HBM 관련 장비 개발에 적극 나서면서 향후 SK하이닉스와의 장기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를 통해 국내 반도체 장비 산업의 경쟁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한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HBM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만큼, SK하이닉스와 한화세미텍의 협력은 단기적인 계약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파트너십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향후 한화세미텍이 추가적으로 어떤 기술 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지, 그리고 SK하이닉스가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결국 이번 계약은 단순한 장비 공급을 넘어, 국내 반도체 산업 내에서 대기업 간 협력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중요한 사례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 SK하이닉스와 한화세미텍의 협업이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