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내 오프라인 유통 채널 중 가장 높은 매출 성장률을 기록한 것이 SSM으로, 고물가와 내수 불황 속에서도 돋보이는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편의점과 대형마트, 이커머스 사이에서 애매한 입지에 있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최근 소비 트렌드 변화에 맞춰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핵심은 근거리 장보기 수요의 증가입니다. 소비자들이 집 가까운 곳에서 필요한 만큼만 구매하는 방식이 보편화되면서 SSM이 가장 큰 수혜를 입고 있습니다. 또한 즉시 배송 등 퀵커머스의 발전으로 이커머스와의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고 있으며, 이러한 성장세에 힘입어 가맹점 확대 경쟁도 본격화될 전망입니다. 실제로 SSM 가맹 창업을 원하는 대기자가 많아 점포 개장이 순서를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SSM은 대형 유통 기업이 체인점 형태로 운영하는 슈퍼마켓으로, 동네 슈퍼보다는 크고 대형마트보다는 작은 규모를 갖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브랜드로는 GS더프레시, 롯데슈퍼, 이마트 에브리데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등이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 등장해 한때 주목을 받았으나, 2010년대 정부의 골목상권 보호 정책으로 인해 의무 휴업 및 신규 출점 제한 등의 규제를 받으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여기에 편의점과 이커머스의 급성장으로 시장 내 입지가 위태로워지면서 적자를 기록하는 업체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상황이 반전되었습니다. 가장 큰 요인은 식품 비중 확대였습니다. 신선식품과 즉석식품을 중심으로 제품 구성을 개편하면서 대형마트와 편의점, 이커머스와 차별화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특히 신선식품의 경우 편의점에서는 취급이 어렵고, 대형마트는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SSM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또한 ‘먹거리는 직접 보고 결정한다’는 소비 심리 덕분에 온라인 쇼핑이 보편화되는 상황에서도 꾸준히 고객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1~2인 가구 증가도 SSM 성장의 중요한 요인이 되었습니다. 대형마트에서 대량으로 구매하는 대신, 필요할 때마다 가까운 매장에서 소량으로 장을 보는 소비 패턴이 자리 잡았습니다. 특히 신선식품의 경우 한 번에 많이 사면 보관이 어렵고 음식물 쓰레기가 발생하는 문제도 있어, 소포장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졌습니다. 이에 맞춰 SSM은 정육과 수산물 등의 제품을 소량으로 포장해 판매하는 전략을 펼쳤고, 이는 매출 증대와 인건비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최근에는 퀵커머스를 도입해 배송 편의성을 더욱 높였습니다. 당일 장을 본 상품을 집 앞까지 배달해주는 즉시 배송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이커머스보다 더 빠른 속도로 제품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소포장 상품을 중심으로 매장을 운영하면서 자연스럽게 퀵커머스와의 시너지를 낼 수 있었고, 덕분에 온라인 쇼핑에 익숙한 소비자들까지 흡수할 수 있었습니다.
통계에서도 SSM의 성장세는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조사한 결과, 지난해 국내 SSM 매출은 전년 대비 4.6% 증가하며 오프라인 유통 채널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같은 기간 대형마트는 0.8% 역성장했고, 백화점은 1.4% 성장에 그쳤습니다. 편의점 역시 4.3% 성장하며 체면을 지켰지만, 2023년 8.1%였던 성장률과 비교하면 크게 둔화된 모습입니다. 반면 SSM은 2022년 -2.5%에서 2023년 2.7%, 지난해 4.6%까지 지속적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SSM 시장의 주요 업체들도 공격적인 확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업계 1위인 GS더프레시는 지난해 매출 1조6080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1.1% 성장했습니다. 이마트 에브리데이는 1조4370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2.1% 성장했으며, 롯데슈퍼는 1조2962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보다 소폭 감소했지만 기존 점포 기준으로는 8.9%의 매출 성장을 이뤄냈습니다.
올해는 이러한 성장세를 더욱 가속화하기 위해 각 사가 신규 출점 및 가맹 사업 확대에 나설 계획입니다. GS더프레시는 지난해 97개 점포를 신규 출점했으며, 올해도 비슷한 규모로 매장을 늘릴 예정입니다. 롯데슈퍼와 이마트 에브리데이 역시 각각 10~30개 점포를 추가로 개장할 계획입니다.
대형 유통 업체들도 SSM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보고 전략을 수정하고 있습니다. 롯데슈퍼는 대형마트의 식료품 운영 노하우를 접목해 ‘그랑 그로서리’ 브랜드를 확대하고 있으며, 이마트 에브리데이는 자체 농산물 및 축산물 가공센터를 활용해 신선식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GS더프레시는 가맹 모델을 통해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초기 투자 비용을 본사가 부담하는 대신 매월 수익을 점주와 나누는 방식으로 가맹점을 유치하고 있으며, 덕분에 창업 대기자가 200명이 넘는 상황입니다. 올해는 전체 매장의 가맹점 비율을 90%까지 확대할 계획입니다.
SSM의 공격적인 확장은 편의점 업계와의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SSM이 소형화되면서 기존 편의점과의 근접 출점이 늘어나고 있으며, 일부 편의점 점주들은 매출 감소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특히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25와 GS더프레시의 경우 같은 상권 내에서 출점이 겹치며 내부적으로도 갈등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편의점 점주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근접 출점 문제를 신고했지만, SSM과 편의점이 동일 업종으로 분류되지 않아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통업계는 SSM을 미래 유망 업태로 보고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고물가와 소비 트렌드 변화에 따라 SSM의 성장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며, 기존 오프라인 유통 시장의 판도를 크게 바꿀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