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통업계가 6조 원 규모의 건강기능식품(건기식) 시장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건강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급증하면서 건기식 소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기존의 약국뿐만 아니라 다이소, 편의점, e커머스 플랫폼까지 다양한 유통 채널이 건기식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특히 다이소의 건기식 시장 진출은 유통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사례 중 하나로 꼽힙니다. 다이소는 지난해 12월 대웅제약과 종근당건강, 일양약품과 협력해 전국 200개 매장에서 건기식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3,000~5,000원대의 가성비 제품을 선보이며 소비자들의 큰 관심을 받았고, 판매 시작 직후부터 매출이 급증하면서 건기식 시장에서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습니다.
다이소가 선보인 제품들은 기존 약국에서 판매되던 것과 동일한 성분을 유지하면서도 포장 단위를 소량으로 변경해 가격 부담을 낮춘 것이 특징입니다. 예를 들어, 종근당건강의 ‘락토핏 골드’는 약국에서 50포 기준으로 12,900원에 판매되지만, 다이소에서는 17포 단위로 5,000원에 구매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은 한 번에 많은 양을 구매하지 않아도 되며,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건기식을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다이소의 건기식 판매가 급격히 확대되자 대한약사회가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약사회는 “유명 제약사가 약국에서 수십 년 동안 쌓아온 신뢰를 악용해 생활용품점에서 저가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라며 강한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일부 약사들은 불매운동을 조직하거나, 건기식 공급을 철회하라는 압박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일양약품은 다이소 입점 닷새 만에 철수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반응은 정반대였습니다. 많은 소비자들은 건기식이 의약품이 아닌 만큼 자유로운 구매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대한약사회의 압박이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대한약사회의 개입이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하는지를 조사하기 시작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습니다.
약사회의 반발 속에서도 다이소는 건기식 판매를 유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특히 대웅제약과 종근당건강은 소비자들의 뜨거운 반응과 시장성을 고려해 판매를 지속하기로 했으며, 향후 더 많은 제품을 추가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습니다. 다이소의 전략은 기존 뷰티 제품 카테고리에서 성공한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입니다.
다이소뿐만 아니라 편의점 업계도 건기식 판매를 본격적으로 확대하고 있습니다. CU는 지난해 10월 전국 3,000개 매장을 건강식품 진열 강화점으로 선정한 후 매출이 급격히 증가하자, 올해 상반기까지 5,000개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이달에는 동아제약의 ‘비타그란’ 4종과 ‘아일로 카무트 효소’ 1종을 업계 단독으로 판매하며, 향후 주요 제약사와 협업해 차별화된 제품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특히 CU에서 판매한 건강기능식품의 매출은 전년 대비 137% 증가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건강식품 진열 강화점에서는 일반 점포 대비 3배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CU는 앞으로 직영점을 중심으로 건기식 테스트를 확대하고, 향후 전국 가맹점으로 판매망을 넓혀 나갈 방침입니다.
GS25도 건기식 시장에 관심을 보이며 해외 시장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최근 베트남에서 동화약품과 협력해 ‘편의점-약국’ 숍인숍 매장을 선보이며 건기식 판매 가능성을 테스트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건기식 판매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건기식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온라인 유통 플랫폼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습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지난해 10월 식품관을 개설하며 국내 브랜드의 건강기능식품을 해외 소비자에게 판매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건기식 역직구 사업'까지 검토하고 있습니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현재 건기식 시장에서 온라인 유통 비중이 70%에 달하며, 약국 5%, 마트 및 기타 채널이 2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약사회의 반발은 유통업계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대한약사회는 제약사가 약국에서 쌓아온 신뢰를 이용해 저가 제품을 유통망에 공급하는 것에 강력히 반대하며, 다이소와 편의점 업체들을 향해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소비자 단체는 건강기능식품이 의약품이 아닌 만큼 소비자가 자유롭게 구매할 권리가 있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약사회의 행위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조사에 착수한 상태입니다.
건기식 시장은 앞으로 더욱 성장할 가능성이 큽니다. 2020년 5조 원대였던 시장 규모는 2023년 6조 원을 넘어섰고, 앞으로 5년 내 4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이소, 편의점, 이커머스 플랫폼 등이 가성비와 접근성을 무기로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하면서 건기식 시장이 더욱 다변화되고 있으며, 기존 약국 중심의 유통 구조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새로운 직업군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는 ‘건기식 전문판매사’라는 민간자격을 개설해 건기식 관련 인력을 양성하고 있으며, 앞으로 건기식 판매가 전문적인 영역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커지면서 온라인 유통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습니다. 현재 온라인 유통이 건기식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알리익스프레스와 같은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도 국내 건기식을 해외에 판매하는 ‘건기식 역직구 사업’을 검토 중입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한국 브랜드의 제품을 해외 소비자들에게 판매할 수 있도록 유통망을 구축하고 있으며, 향후 시장 확대를 위한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다이소와 편의점 업계를 비롯한 다양한 유통업체들이 건기식 시장에 적극 진출하면서 기존 약국 중심의 유통 구조가 변화하고 있으며, 소비자들의 선택지도 더욱 넓어지고 있습니다. 다만 약사회와의 갈등, 소비자 신뢰 확보 등의 과제가 남아 있어 앞으로 다이소와 편의점이 건기식 시장에서 어떤 전략을 펼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