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다 조금 더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다면 관심이 가지 않으신가요?
은행 예금 금리가 아쉽게 느껴질 때 연 5~7% 수준의 수익률을 제시하는 상품을 보면 한 번쯤 투자해 보고 싶어지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이런 상품에 가입했다가 원금의 절반 이상을 잃는다면 어떨까요?
실제로 2024년 홍콩 H지수 ELS 사태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2021년 2월 1만 2,000선을 넘어섰던 홍콩 H지수가 크게 하락하면서 관련 ELS 투자자들에게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는데요.
2024년 1월 8일부터 12일까지 불과 5일 동안 국내 5대 은행에서 판매된 홍콩 H지수 연계 ELS의 확정 손실액만 1,067억원에 달했습니다.
이 기간 만기가 돌아온 투자 원금은 약 2,105억원이었지만, 실제 돌려받은 금액은 1,038억원에 불과했습니다.
평균 손실률이 무려 50.7%였던 것이죠.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하며 가입했던 투자자들에게는 상당한 충격이었을 겁니다.
도대체 ELS는 어떤 상품이기에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요?
오늘은 ELS 뜻부터 수익 구조, 녹인 조건, 투자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할 위험까지 쉽게 정리해 보겠습니다.
ELS 뜻, 정확히 어떤 상품일까?
ELS는 Equity Linked Securities의 약자로, 우리말로는 주가연계증권이라고 부릅니다.
쉽게 말하면 주식이나 주가지수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과 손실이 결정되는 금융상품입니다.
삼성전자 같은 개별 종목은 물론 코스피200, S&P500, 유로스톡스50, 홍콩 H지수 등을 기초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일반 주식 투자와 무엇이 다를까요?
주식은 매수한 종목의 가격이 오르면 그만큼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ELS는 미리 정해진 조건에 따라 수익이 결정됩니다.
예를 들어 주가지수가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면 약속된 수익률을 받을 수 있는 구조인데요.
반드시 주가가 크게 올라야 수익을 얻는 것은 아닙니다.
기초자산이 일정 범위 안에서 움직이거나 조금 하락하더라도 정해진 조건을 충족하면 수익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ELS는 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에게 관심을 받아왔습니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상품에서 제시하는 연 5~7% 등의 수익률은 은행 예금처럼 무조건 지급되는 확정 금리가 아닙니다.
정해진 상환 조건을 충족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약정 수익률입니다.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수익을 받지 못할 뿐 아니라 원금 손실까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ELS를 예금과 비슷한 안전한 상품으로 생각하고 접근해서는 안 됩니다.
ELS 수익 구조, 어떻게 돈을 벌까?
그렇다면 ELS는 어떤 방식으로 수익을 지급할까요?
대표적인 스텝다운형 ELS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이 상품은 만기를 3년으로 정하고, 6개월마다 조기상환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설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기상환이란 만기까지 기다리지 않고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면 투자 원금과 약정 수익을 돌려받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투자금이 1,000만원이고 연 약정 수익률이 6%인 ELS에 가입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가입 후 6개월이 지났을 때 기초자산이 조기상환 기준선을 충족하면 상품은 자동으로 상환됩니다.
단순 연 환산 방식으로 계산하면 6개월 수익률은 3%가 됩니다.
1,000만원에 3%를 적용하면 세전 수익은 30만원입니다.
따라서 투자자는 원금 1,000만원과 수익 30만원을 합쳐 세전 1,030만원을 돌려받게 됩니다.
물론 실제 수익 계산 방식과 상환 조건은 상품마다 다릅니다.
저도 과거 ELS에 투자했다가 6개월 만에 조기상환을 받은 경험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어 만족스러웠는데요.
특히 주가지수가 크게 오르지 않아도 일정 조건만 충족하면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투자 경험이 좋았다고 해서 모든 ELS가 안전한 것은 아닙니다.
ELS의 가장 큰 특징은 수익에는 한계가 있지만 손실은 상당히 커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기초자산 가격이 크게 올라도 약정된 수익 이상을 받기 어려운 반면, 주가가 급락하면 원금 대부분을 잃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바로 이 부분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LS 투자 위험, 녹인이란 무엇일까?
ELS에 투자할 때 반드시 알아야 할 용어가 있습니다.
바로 녹인(Knock-In)입니다.
녹인은 기초자산 가격이 미리 정해진 일정 수준까지 하락하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대표적인 녹인형 ELS는 최초 기준가격의 45~65% 수준 등에 원금손실 관련 조건을 설정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기초자산의 최초 기준가격이 100이고 녹인 배리어가 50%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투자 기간 중 기초자산 가격이 50 이하로 내려가면 녹인이 발생하는 구조입니다.
그렇다면 녹인이 발생하는 순간 원금 손실이 확정되는 걸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녹인이 발생하더라도 이후 기초자산 가격이 회복해 조기상환이나 만기상환 조건을 충족하면 약정 수익을 받을 수 있는 상품도 있습니다.
문제는 만기까지 가격이 충분히 회복되지 못했을 때입니다.
이 경우 상품에서 정한 손실 계산 방식에 따라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가령 만기 평가가격이 최초 기준가격의 50%에 머물고, 해당 상품이 하락률만큼 원금 손실을 반영하는 구조라면 원금의 약 절반을 잃게 됩니다.
1,000만원을 투자했다면 500만원 수준만 돌려받을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참고로 모든 ELS에 녹인 조건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녹인이 없는 노녹인형 ELS도 만기상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녹인 유무만으로 상품의 안전성을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홍콩 H지수 ELS 사태, 실제 손실은 얼마나 컸을까?
ELS의 위험을 가장 잘 보여준 사례가 바로 2024년 홍콩 H지수 사태입니다.
홍콩 H지수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의 주가 흐름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수입니다.
2021년 2월 1만 2,000선을 넘어섰던 홍콩 H지수는 이후 크게 하락했습니다.
문제는 지수가 높은 수준에 있을 때 관련 ELS에 가입한 투자자가 많았다는 점입니다.
2024년 들어 만기가 돌아온 상품들이 줄줄이 손실을 확정하면서 피해 규모가 커졌습니다.
실제로 2024년 1월 8일부터 12일까지 5대 은행에서 판매된 홍콩 H지수 ELS에서만 1,067억원의 원금 손실이 발생했습니다.
일부 상품의 손실률은 52%를 넘어서기도 했는데요.
같은 달 미래에셋증권의 특정 ELS 상품에서는 약 56.05%의 손실률이 확정되기도 했습니다.
1,000만원을 투자했다면 약 439만원만 돌려받는 수준입니다.
여기서 ELS가 일반 주식과 다른 중요한 특징이 드러납니다.
주식은 투자자가 보유 기간을 직접 결정할 수 있지만, ELS에는 만기가 정해져 있습니다.
따라서 만기 시점에 기초자산이 크게 하락한 상태라면 투자자가 원한다고 해서 계속 기다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홍콩 H지수 ELS 사태는 높은 약정 수익률만 보고 가입하기보다 최악의 손실 상황까지 미리 확인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줬습니다.
ELS 가입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할 4가지
그렇다면 ELS에 투자하기 전에는 어떤 부분을 살펴봐야 할까요?
첫 번째는 기초자산의 종류와 변동성입니다.
ELS는 어떤 주식이나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선택했느냐에 따라 위험 수준이 달라집니다.
일반적으로 개별 종목이나 변동성이 큰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활용하면 가격이 급격하게 움직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여러 기초자산 중 가장 성과가 나쁜 자산을 기준으로 상환 여부를 판단하는 상품이라면 더욱 주의해야 합니다.
기초자산이 많을수록 손실을 유발할 수 있는 변수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녹인 배리어와 조기상환 조건입니다.
같은 구조라면 녹인 배리어가 낮을수록 해당 가격 수준에 도달하기까지 더 큰 하락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녹인 배리어가 65%인 상품보다 45%인 상품이 녹인 발생까지 허용하는 하락 폭은 더 큽니다.
조기상환 기준선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기초자산의 기준가격 대비 90% 이상이어야 조기상환되는 상품과 80% 이상이면 조기상환되는 상품은 상환 가능성이 다를 수 있습니다.
다만 녹인 배리어가 낮다는 이유만으로 원금손실 위험이 없다고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세 번째는 예금자보호 여부입니다.
ELS는 은행에서 가입했다고 해서 예금처럼 보호되는 상품이 아닙니다.
예금자보호법에 따른 보호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발행 증권사의 신용위험도 고려해야 합니다.
기초자산이 상환 조건을 충족하더라도 발행사가 지급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면 투자금 회수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네 번째는 투자 기간과 중도상환 조건입니다.
ELS는 일반적으로 만기까지 보유하거나 조기상환 조건을 충족하는 상황을 고려해 투자하는 상품입니다.
중간에 자금이 필요해 상환을 요청하면 당시 평가가격에 따라 원금보다 적은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가까운 시일 내 사용할 생활비나 비상자금을 투자하는 것은 신중해야 합니다.
은행 ELS 판매 규정도 달라졌다고?
홍콩 H지수 ELS 사태 이후 금융당국은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의 불완전판매를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했습니다.
2025년 2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대책의 핵심은 은행의 ELS 판매 채널을 제한하는 것이었습니다.
기존에는 일반 은행 점포에서도 ELS를 판매할 수 있었지만, 개선안에서는 소비자 보호 요건을 갖춘 거점점포를 통해서만 판매하도록 했습니다.
거점점포에는 일반 예금 창구와 구분된 전용 상담 공간을 마련하고, 관련 자격과 경력을 갖춘 직원이 판매를 담당하도록 했습니다.
또한 투자자의 손실 감내 능력과 상품 이해도를 더욱 엄격하게 평가하도록 했는데요.
2025년 9월 이후에는 판매 요건을 갖추고 자체 점검을 마친 은행부터 ELS 판매를 재개할 수 있도록 계획됐습니다.
은행에서 판매한다고 해서 예금처럼 안전한 상품은 아니라는 점을 투자자가 명확히 이해하도록 하려는 취지입니다.
앞으로 ELS에 가입할 때는 판매 직원의 설명뿐 아니라 상품설명서와 투자 위험 관련 내용을 직접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LS는 주가지수가 크게 오르지 않아도 정해진 조건을 충족하면 약정 수익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실제로 저처럼 6개월 만에 조기상환을 받아 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얻었던 투자자도 있을 텐데요.
하지만 좋은 투자 경험이 반복된다고 보장할 수는 없습니다.
2024년 홍콩 H지수 ELS 사태처럼 기초자산 가격이 크게 하락하면 원금의 절반 이상을 잃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ELS는 약정 수익률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좋은 상품이라고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기초자산의 변동성, 녹인 조건, 조기상환 기준, 만기 손실 구조까지 함께 따져봐야 합니다.
무엇보다 ELS는 예금이 아니라 원금손실 위험이 있는 투자상품이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금보다 몇 퍼센트 높은 수익을 얻으려다가 훨씬 큰 손실을 감당해야 할 수도 있으니까요.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지뿐 아니라 최악의 상황에서 얼마나 잃을 수 있는지를 아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LS 투자를 고민하고 계신다면 제시 수익률보다 원금손실 조건을 먼저 확인해 보시길 바랍니다.
여러분은 ELS에 투자해 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조기상환으로 수익을 얻으셨는지, 아니면 손실을 경험하셨는지 댓글로 의견을 나눠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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