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시장의 공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자체 메인넷을 만드는 것은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기술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방법이었습니다.
자체 코인에 자체 네트워크까지 갖추면 하나의 독립적인 생태계를 완성했다고 평가받았죠.
하지만 이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메인넷을 직접 운영하려면 검증인과 보안, 네트워크 업그레이드, 개발 인력 등 상당한 비용과 관리가 필요합니다. 이용자가 충분하지 않다면 이 모든 인프라를 직접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부담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꽤 상징적인 결정이 나왔습니다.
크로스체인 레이어1 프로젝트로 출발했던 제타체인이 자체 L1을 단계적으로 종료하고 ZETA 토큰과 AI 서비스 아누마(Anuma)를 솔라나로 이전하는 방향을 선택한 것입니다.
2026년 9월 20일 종료된 제타체인 제안 68호 투표에서는 참여 지분의 99.4%가 찬성했습니다. 투표 참여율도 58%로 의결 정족수인 40%를 넘어섰습니다.
단, 한 가지는 정확히 구분해야 합니다.
현재 제타체인 메인넷이 이미 종료된 것은 아닙니다.
이번 투표에서 승인된 것은 솔라나 이전과 L1 종료의 방향입니다. 실제 토큰 스냅샷 시점과 교환 방법, 거래소 지원, 네트워크 종료 날짜 등은 앞으로 나올 두 번째 거버넌스 제안에서 결정됩니다.
그렇다면 제타체인은 왜 자신들이 직접 만든 블록체인을 정리하면서까지 솔라나를 선택한 걸까요?
자체 메인넷보다 AI 서비스에 집중하기로 한 제타체인
제타체인은 원래 서로 다른 블록체인을 연결하는 크로스체인 인프라를 핵심 사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코스모스 SDK를 기반으로 자체 레이어1을 만들고 비트코인, 이더리움, 솔라나 등 여러 블록체인을 연결하는 구조를 구축했죠.
하지만 올해 들어 전략이 크게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제타체인은 지난 6월 크로스체인 기능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AI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습니다.
새로운 중심에는 아누마가 있습니다.
아누마는 여러 AI 모델을 하나의 환경에서 이용하면서 사용자의 기억과 데이터를 암호화해 관리하는 프라이버시 중심 AI 서비스입니다.
제타체인은 이를 단순한 AI 챗봇이 아니라 AI 모델과 앱, 에이전트 사이에서 사용자의 기억과 권한을 연결하는 서비스로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입니다.
프로젝트 측에 따르면 아누마와 관련된 AI 서비스는 2026년 들어 빠르게 이용자가 늘었습니다.
제타체인은 8월 말 기준 24만3,000개 이상의 지갑이 생성됐고, 누적 AI 추론 요청은 100만 건을 넘어섰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솔라나 이전 제안에서는 아누마 이용자가 30만 명을 넘어섰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제타체인이 내린 판단은 비교적 단순합니다.
우리가 직접 블록체인까지 운영해야 하는가?
아니면 이미 거대한 사용자와 유동성, 인프라를 가지고 있는 블록체인을 이용하면서 AI 서비스 개발에 집중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가?
제타체인은 두 번째 길을 선택했습니다.
ZETA는 솔라나 SPL 토큰으로 1대1 전환
제안 68호에 따르면 제타체인 자체 네트워크의 ZETA는 앞으로 솔라나의 네이티브 SPL 토큰으로 전환될 예정입니다.
교환 비율은 1대1입니다.
기존 ZETA 1개를 보유하고 있다면 원칙적으로 솔라나 기반 ZETA 1개를 받는 구조입니다.
티커 역시 ZETA를 그대로 사용하고 총공급량도 늘어나지 않습니다.
새로운 토큰을 추가로 찍어내면서 이전하는 방식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기존 베스팅 일정 역시 유지할 계획입니다.
다만 현재 당장 투자자가 토큰을 옮겨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직 실제 마이그레이션 일정이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두 번째 제안에서 스냅샷 블록과 교환 방식, 거래소 지원 절차, 기존 제타체인 네트워크 종료 시점 등이 구체적으로 공개될 예정입니다.
따라서 ZETA를 보유하고 있다면 임의의 사이트를 통해 미리 토큰을 교환하기보다는 제타체인 공식 발표와 이용 중인 거래소 공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ZETA의 역할도 달라진다
이번 변화에서 관심 있게 볼 부분은 토큰의 역할입니다.
원문처럼 기존 ZETA가 단순히 가스비만을 위한 토큰이었다고 보는 것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기존에도 ZETA는 네트워크 가스비뿐 아니라 스테이킹, 네트워크 보안, 거버넌스 등 여러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AI 사업으로 전략을 전환한 이후에는 아누마 사용권과 AI 서비스 결제 등으로 활용 범위도 확대됐습니다.
하지만 솔라나로 이동하면 중요한 변화가 하나 생깁니다.
솔라나 네트워크 자체의 거래 수수료는 SOL로 지불하기 때문에 ZETA가 자체 블록체인의 가스 토큰 역할을 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대신 제타체인은 ZETA를 아누마와 AI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 일종의 액세스 토큰으로 발전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현재 공개된 구조에서는 사용자가 ZETA를 락업하면 AI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크레딧을 받고, 이 크레딧을 AI 사용에 소비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이전에는 ZETA가 블록체인을 움직이기 위한 연료에 가까웠다면 앞으로는 AI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한 자원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것입니다.
ZETA를 잠그면 가격도 올라갈까?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 부분이 가장 궁금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가 ZETA를 락업하고 AI 크레딧을 받는다면 시장에서 거래되는 ZETA 물량이 일시적으로 감소하는 효과가 생길 수 있습니다.
아누마 사용자가 늘어나고 ZETA를 이용하는 서비스가 확대될수록 락업 수요 역시 증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제타체인도 이 구조를 솔라나 이전의 주요 이유 가운데 하나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AI 이용자가 늘어나면 ZETA 가격도 반드시 오른다’고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토큰 가격은 실제 사용량뿐 아니라 전체 공급량과 락업 기간, 신규 물량 출회, 시장 유동성, 암호화폐 시장 분위기 등 여러 변수에 영향을 받습니다.
따라서 AI 서비스와 토큰 사용처를 연결했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구조적 변화지만, 이것만으로 토큰 가치 상승이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앞으로 정말 확인해야 할 숫자는 아누마 이용자 수보다도 ZETA가 실제로 얼마나 락업되고, 사용자가 얼마나 반복적으로 AI 서비스를 이용하는지일 가능성이 큽니다.
왜 하필 솔라나일까?
제타체인이 솔라나를 선택한 이유 역시 AI와 연결됩니다.
AI 에이전트는 사람이 직접 클릭하는 일반적인 블록체인 서비스보다 훨씬 많은 거래를 자동으로 발생시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AI 에이전트가 정보를 검색하고, 결제하고, 데이터를 기록하고, 다른 에이전트와 거래한다면 짧은 시간 안에 수많은 온체인 작업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처리 속도와 수수료가 중요합니다.
제타체인은 솔라나의 빠른 결제 속도와 낮은 거래비용, 이미 형성된 지갑과 유동성, AI 에이전트 결제 인프라 등을 이전 이유로 제시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발 자원을 어디에 사용하느냐입니다.
자체 블록체인을 유지한다면 제타체인은 네트워크 보안과 검증인 관리, 각종 취약점 패치까지 직접 담당해야 합니다.
제안 68호에서도 제타체인은 코스모스 SDK 기반 L1을 직접 운영하는 것이 더 이상 프라이빗 AI 개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이미 만들어진 솔라나 인프라를 이용하고 자신들은 AI 애플리케이션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입니다.
30만 명의 아누마 사용자가 솔라나로 이동한다
솔라나 입장에서도 이번 결정은 흥미로운 변화입니다.
제타체인이 주장하는 30만 명 이상의 아누마 이용자 기반이 함께 솔라나 생태계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ZETA라는 토큰 하나가 솔라나에 추가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존재하는 AI 애플리케이션이 함께 이동한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반대로 제타체인 입장에서는 솔라나가 이미 구축해 놓은 거래 인프라와 지갑, DeFi 생태계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자체 생태계를 처음부터 키워야 했던 과거와 비교하면 상당한 차이입니다.
이 때문에 이번 결정은 앞으로 중소형 레이어1 프로젝트들이 어떤 전략을 선택할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가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꼭 모든 프로젝트가 자체 블록체인을 가지고 있어야 할 이유가 있느냐는 질문이 다시 등장한 것이죠.
‘메인넷 보유’보다 ‘실제 사용되는 서비스’가 중요해지는 시장
제타체인의 선택을 조금 더 크게 보면 블록체인 시장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도 보입니다.
과거에는 메인넷을 출시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이벤트였습니다.
TPS가 얼마나 높은지, 블록 생성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새로운 합의 알고리즘을 사용했는지가 프로젝트를 평가하는 주요 기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좋은 블록체인을 만드는 것만으로 사용자가 따라온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아무리 성능이 좋은 네트워크라도 실제 서비스와 이용자가 없다면 생태계를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자체 체인이 없어도 솔라나나 이더리움처럼 사용자가 많은 네트워크 위에서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 성공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제타체인의 선택은 바로 이 두 전략 가운데 자체 인프라보다 애플리케이션에 집중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다만 이것을 모든 레이어1 프로젝트의 정답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자체 네트워크가 꼭 필요한 프로젝트도 있고 보안이나 처리 방식, 경제 구조상 독립적인 체인을 유지해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자체 메인넷을 가지고 있느냐’보다 ‘실제 사람들이 사용하는 서비스를 가지고 있느냐’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흐름은 눈여겨볼 만합니다.
투자자가 앞으로 확인해야 할 것은 따로 있다
제타체인이 솔라나로 옮긴다는 뉴스만 보고 ZETA의 전망을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릅니다.
우선 두 번째 거버넌스 제안이 중요합니다.
언제 기존 체인이 종료되는지, 토큰 스냅샷은 언제인지, 거래소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전환을 지원하는지가 여기서 결정됩니다.
그다음에는 아누마의 실제 성장세를 확인해야 합니다.
가입자가 30만 명을 넘어섰다는 숫자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이용자들이 얼마나 자주 AI 서비스를 사용하는지, ZETA 락업량이 실제로 증가하는지, 유료 서비스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솔라나 이전 자체와 ZETA 가격 상승을 동일하게 생각해서도 안 됩니다.
메인넷 유지비용을 줄이고 더 큰 생태계에 접근하는 것은 사업 전략 측면의 변화입니다.
그 전략이 실제 토큰 가치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결국 아누마라는 서비스가 성장해야 합니다.
제타체인의 선택, 블록체인 AI 시대의 새로운 실험
제타체인은 한때 크로스체인 인프라를 핵심 가치로 내세웠던 대표적인 레이어1 프로젝트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프로젝트가 스스로 만든 L1을 단계적으로 정리하고 솔라나로 이동하려 하고 있습니다.
제안 68호는 99.4%라는 높은 찬성률로 통과했고, ZETA는 향후 1대1 비율의 솔라나 SPL 토큰으로 전환되는 방향이 승인됐습니다.
그리고 프로젝트의 중심에는 블록체인 자체가 아니라 프라이빗 AI 서비스 아누마가 자리 잡았습니다.
이 변화가 보여주는 메시지는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블록체인을 직접 만드는 것보다 그 블록체인에서 무엇을 실제로 제공하는지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제타체인의 선택이 성공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자체 체인을 포기해 비용과 개발 부담을 줄인 만큼 아누마가 실제 AI 이용자를 계속 확보해야 하고, ZETA 역시 단순한 거래용 코인이 아니라 서비스 안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토큰으로 자리 잡아야 합니다.
결국 앞으로 제타체인을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질문도 달라질 가능성이 큽니다.
‘제타체인의 블록체인이 얼마나 좋은가?’가 아니라,
‘사람들이 아누마를 실제로 계속 사용할 것인가?’
바로 이 질문입니다.
블록체인과 AI가 결합되는 시장에서 결국 살아남는 프로젝트는 거대한 인프라를 자랑하는 곳이 아니라 사람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곳일 수 있습니다.
제타체인의 솔라나 이전은 그 변화를 시험하는 꽤 흥미로운 사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 2026년 9월 23일 기준 제타체인 제안 68호는 통과됐지만 실제 ZETA 이전과 제타체인 L1 종료는 아직 완료되지 않았습니다. 구체적인 스냅샷, 마이그레이션 방식 및 종료 일정은 후속 거버넌스 제안에서 결정될 예정입니다. 본 글은 투자 권유가 아닌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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