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40만원을 넘었다가 20만원대로 내려오면 가장 먼저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거 고점 찍고 끝난 거 아닌가?”


한미반도체가 지금 딱 그런 구간에 있습니다.


9월 18일 한미반도체 종가는 23만6,000원이었습니다.


52주 최고가는 42만6,000원입니다.





고점 대비 하락률을 계산해 보면


42만6,000원 - 23만6,000원

= 19만원


19만원 ÷ 42만6,000원 × 100

= 약 44.6%


고점에서 거의 반 토막 가까이 내려온 셈입니다.


그런데 반대로 52주 최저가는 8만9,500원이었습니다.


23만6,000원 - 8만9,500원

= 14만6,500원


14만6,500원 ÷ 8만9,500원 × 100

= 약 163.7%


저점과 비교하면 여전히 160% 넘게 오른 자리입니다.


그래서 한미반도체는 단순히 “많이 빠졌으니까 싸다”라고 보기 어려운 종목입니다.


더 중요한 건 앞으로 벌어들일 이익이 지금 주가를 얼마나 따라올 수 있느냐입니다.






23만원대, 여기서 다시 봐야 할 것


한미반도체는 올해 실적 변동이 유난히 컸습니다.


2026년 1분기 매출은 509억원, 영업이익은 84억5,600만원에 그쳤습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65.5%, 영업이익은 87.9% 감소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다음 분기 숫자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2분기 매출은 2,512억원.


영업이익은 1,303억원.


영업이익률은 무려 51.9%를 기록했습니다. 매출은 창사 이후 최대 분기 실적이었습니다.


전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2,512억원 ÷ 509억원

= 약 4.9배


영업이익은


1,303억원 ÷ 84억5,600만원

= 약 15.4배


늘어난 셈입니다.


한 분기 만에 실적이 이렇게 달라지는 회사라면 주가만 보고 판단하기는 더 어려워집니다.








85억원에서 1,303억원 왜 이렇게 차이가 컸을까?


한미반도체 같은 반도체 장비주는 일반 소비재 기업과 조금 다릅니다.


고객사가 장비를 주문하는 시점과 실제 장비를 납품하고 검수를 마쳐 매출로 인식하는 시점 사이에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분기 부진 당시 시장에서는 HBM3E에서 HBM4로 세대가 넘어가는 과정에서 고객사의 장비 발주가 일시적으로 늦어진 점을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분석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HBM 수요가 갑자기 사라진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 장비 투자를 기다리는 공백이 나타났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2분기에는 분위기가 뒤집혔습니다.


한미반도체는 AI 투자 확대와 함께 HBM용 TC 본더와 MSVP 장비 수요가 증가한 것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서 1분기만 보고 사업이 꺾였다고 판단하는 것도 위험하고, 반대로 2분기 영업이익 1,303억원이 매 분기 반복된다고 가정하는 것도 조심해야 합니다.


장비주는 한 분기 숫자보다 다음 분기로 실적이 얼마나 이어지는지를 보는 편이 중요합니다.






HBM4 주문은 다시 들어오기 시작했다


실적 반등의 중심에는 역시 TC 본더가 있습니다.


TC 본더는 여러 장의 D램을 쌓아 HBM을 만들 때 열과 압력을 가해 칩을 정밀하게 접합하는 장비입니다.


한미반도체는 올해 1월 SK하이닉스와 96억5,000만원 규모의 TC 본더 공급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당시 업계에서는 해당 장비가 HBM4 생산에 활용되는 TC 본더 4로 파악됐습니다.


그리고 6월에는 규모가 훨씬 큰 추가 계약이 나왔습니다.


SK하이닉스와 442억원 규모의 HBM4용 TC 본더 공급계약을 체결한 겁니다.


공급 장비는 TC 본더 4.5 그리핀으로, 계약기간은 6월 8일부터 9월 2일까지였습니다. 계약 규모는 한미반도체 2025년 매출의 약 7.66%에 해당했습니다.


즉 HBM4 관련 투자가 다시 실제 발주로 연결되고 있다는 점 자체는 확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투자자가 볼 것은 여기서 한 단계 더 있습니다.


수주가 한 번 나왔느냐보다 추가 주문이 계속 이어지는지,


그리고 납품한 장비가 실제 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얼마나 빠르게 잡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장비주는 좋은 수주 뉴스와 실제 실적 사이에 시간차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HBM4만 보면 반쪽짜리인 이유


최근 한미반도체에서 제가 더 관심 있게 볼 부분은 오히려 2.5D 패키징입니다.


2.5D 패키징은 GPU와 CPU, HBM 같은 서로 다른 반도체를 인터포저 위에 하나의 패키지처럼 연결하는 기술입니다.


엔비디아와 AMD 등의 AI 가속기에 사용되는 첨단 패키징 분야에서 중요한 기술입니다.


쉽게 말하면 한미반도체가 HBM 칩을 쌓는 장비에만 머무르지 않고 AI 반도체 패키지 전체를 만드는 후공정 영역으로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는 겁니다.


한미반도체는 9월 세미콘 타이완에서 2.5D 패키징용 장비 5종을 공개했습니다.


  • FC 본더 3.5
  • FC 본더 75
  • 2.5D TC 본더 40 C2S
  • 2.5D TC 본더 40 C2W
  • 2.5D TC 본더 120


입니다.


이 가운데 2.5D TC 본더 120을 제외한 나머지 장비들은 글로벌 파운드리와 OSAT 기업에 양산용으로 공급되고 있다고 회사가 밝혔습니다.


이 부분이 꽤 중요합니다.


신사업 장비를 전시회에서 보여주는 것과 실제 고객사의 양산 라인에 공급하는 것은 의미가 전혀 다르기 때문입니다.









2.5D가 정말 두 번째 성장축이 될까?


다만 여기서도 너무 빨리 결론을 내릴 필요는 없습니다.


“글로벌 고객사에 공급됐다”는 사실과 “전체 실적을 움직일 만큼 큰 사업이 됐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앞으로 확인해야 할 것은 실제 매출 규모입니다.


2.5D 장비에서 반복 발주가 나오는지,

신규 고객사가 얼마나 늘어나는지,


그리고 전체 매출에서 2.5D 장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올라가는지가 중요합니다.


한미반도체는 6월에도 AI 시스템반도체용 2.5D TC 본더 40을 출시하면서 글로벌 파운드리와 후공정 기업에 공급한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2.5D가 실제 두 번째 성장축으로 자리 잡는다면 한미반도체를 단순한 HBM TC 본더 업체로만 평가하는 방식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신규 장비 매출이 기대보다 늦게 올라온다면 높은 밸류에이션을 설명하는 부담은 다시 커집니다.


‘독점’이라는 단어는 이제 조심해서 볼 때


한미반도체가 HBM용 TC 본더 시장에서 강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경쟁자가 없다고 생각하면 상황을 잘못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한화세미텍도 올해 6월 SK하이닉스에 HBM4용 TC 본더를 공급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한미반도체와 한화세미텍에 비슷한 시기에 장비를 발주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1월에도 한미반도체와 한화세미텍에 TC 본더 발주가 동시에 진행됐습니다.


그렇다고 이걸 곧바로 한미반도체의 경쟁력 약화라고 볼 필요도 없습니다.


HBM 시장 자체가 빠르게 커진다면 전체 장비 수요가 늘면서 여러 공급업체가 동시에 성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미래 실적을 계산할 때 과거와 같은 높은 시장 지위가 자동으로 계속된다고 가정하는 것은 점점 조심스러워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한미반도체 기술력뿐 아니라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고객사들이 장비 공급망을 어떻게 구성하는지도 함께 봐야 합니다.







23만원인데 PER 65배 왜 주가가 이렇게 예민할까?


현재 한미반도체의 국내 컨센서스를 보면 재미있는 숫자가 나옵니다.


9월 18일 FnGuide 기업정보 기준 예상 EPS는 3,627원, PER은 65.07배로 집계됐습니다.


계산해 보면


23만6,000원 ÷ 3,627원

= 약 65.1배


입니다.


PER은 현재 주가가 예상되는 한 해 이익의 몇 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65배라고 해서 무조건 고평가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실적이 앞으로 빠르게 늘어난다면 높은 PER이 내려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런 밸류에이션에서는 실적이 시장 예상보다 한두 분기만 늦어져도 주가가 민감하게 움직일 가능성이 커집니다.


올해 1분기 실적 발표 직후 주가가 크게 흔들렸던 이유도 높은 기대와 실제 숫자 사이에 큰 차이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목표주가 38만원?


숫자 하나만 보면 안 되는 이유


국내 FnGuide 화면에서 최근 3개월 한미반도체 목표주가는 38만원으로 표시되고 있습니다.


현재 주가 23만6,000원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입니다.


그런데 반드시 같이 봐야 하는 숫자가 있습니다.


추정기관 수가 단 1곳입니다.


현재 이 38만원은 여러 국내 증권사의 전망을 평균낸 숫자라기보다 최근 3개월 기준 상상인증권의 목표주가가 그대로 컨센서스로 표시된 것입니다.


상상인증권은 7월 한미반도체의 목표주가를 38만원으로 제시하면서 HBM 장비와 신사업 확대를 주요 근거로 들었습니다.


조금 더 범위를 넓혀 해외 증권사까지 보면 분위기는 달라집니다.


Investing.com이 집계한 7명의 애널리스트 목표주가 평균은 약 26만8,571원입니다.


최근 사례를 보면 CLSA는 9월 2일 목표주가 30만원을 제시했고, JP모건은 6월 12일 20만원을 제시했습니다.


같은 회사를 보는데 목표주가가 크게 다른 이유는 간단합니다.


HBM4 성장률을 얼마나 높게 보는지,

2.5D 패키징 장비를 얼마나 빨리 실적에 반영하는지,

경쟁사 진입을 얼마나 크게 보는지,


그리고 미래 이익에 몇 배의 PER을 적용하는지가 모두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목표주가는 미래 가격표라기보다 각 증권사가 만든 하나의 시나리오라고 생각하는 편이 좋습니다.






결국 다음에 봐야 할 숫자는 세 가지


한미반도체 주가를 볼 때 앞으로 중요한 것은 과거 고점 42만6,000원이 아닙니다.


주가는 예전 고점을 반드시 회복해야 할 의무가 없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다음 세 가지가 더 중요합니다.


  • 첫째, 3분기 실적에서 2분기의 높은 수익성이 얼마나 유지되는지.
  • 둘째, HBM4와 차세대 HBM용 TC 본더의 추가 발주가 실제 계약으로 계속 확인되는지.
  • 셋째, 2.5D 패키징 장비가 단순한 신제품을 넘어 의미 있는 매출 비중으로 커지는지입니다.


특히 2분기 영업이익률이 51.9%까지 올라온 만큼 앞으로는 단순한 매출 증가보다 이 높은 수익성이 얼마나 반복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시험대가 될 수 있습니다.








한미반도체 주가는 52주 최고가 42만6,000원에서 23만6,000원까지 약 44.6% 내려왔습니다.


그렇다고 단순히 반값 가까이 싸졌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52주 저점과 비교하면 아직 160% 넘게 오른 가격이고, 예상 PER도 약 65배 수준입니다.


대신 회사의 사업 자체는 다시 움직이고 있습니다.


1분기 84억5,600만원까지 떨어졌던 영업이익이 2분기 1,303억원으로 반등했고, SK하이닉스의 HBM4용 TC 본더 발주도 다시 확인됐습니다.


여기에 2.5D 패키징 장비까지 글로벌 파운드리와 후공정 고객사에 양산용으로 공급되면서 HBM 이외의 새로운 성장 가능성도 열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한미반도체를 볼 때 가장 중요한 질문은


“42만원까지 다시 갈까?”


가 아닙니다.


“앞으로 1,300억원대 영업이익을 다시 만들어낼 주문이 계속 들어오는가?”


그리고


“HBM 다음으로 2.5D가 실제 매출을 만들어주는가?”


를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고점은 과거의 숫자입니다.


다음 주가를 만드는 것은 결국 다음 주문과 다음 이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