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시장을 가장 잘 설명하는 단어를 하나 꼽으라면 아마 ‘포모’였을 겁니다.


코스피가 연초 4,300선에서 출발해 5월 한때 8,000선을 넘어서는 동안 시장 분위기는 정말 뜨거웠죠.


“안 산 사람만 바보 된 것 같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습니다.


주변에서 누가 얼마를 벌었다는 이야기가 들리면 괜히 내 계좌를 한 번 더 열어보게 되고, 조금이라도 늦은 것 같으면 마음이 급해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7월 급락을 지나 코스피가 7,000선 안팎에서 박스권을 만들기 시작하자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습니다.


이번에는 반대편에서 이런 말이 들리기 시작했죠.


“결국 현금이 최고의 투자였다.”


시장 분위기가 바뀌면서 포모의 반대말인 조모(JOMO)라는 표현도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포모의 반대말 조모(JOMO)는 무슨 뜻일까?


먼저 포모(FOMO)부터 알아보겠습니다.


FOMO는 Fear of Missing Out의 줄임말입니다.


쉽게 말하면


“나만 기회를 놓치는 것 같은 불안감”


입니다.


원래부터 투자 용어였던 것은 아닙니다.


1990년대 마케팅 분야에서 소비자를 조급하게 만드는 심리를 설명하기 위해 사용되기 시작했고, 이후 SNS가 일상화되면서 의미가 훨씬 넓어졌습니다.


남들은 좋은 곳에 여행 가고, 좋은 물건을 사고, 돈도 버는 것 같은데 나만 뒤처지는 것처럼 느껴지는 감정이죠.


투자시장에서는 조금 더 직접적입니다.


“남들은 다 돈 버는데 나만 현금 들고 있네.”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포모가 찾아온 겁니다.


그 반대편에 있는 단어가 바로 조모(JOMO)입니다.


Joy of Missing Out.


말 그대로 ‘놓치는 즐거움’이라는 뜻입니다.


기회를 놓쳐도 괜찮고, 남들이 다 한다고 해서 나까지 따라갈 필요는 없다는 태도입니다.


조모 역시 처음부터 투자 용어였던 것은 아닙니다.


2010년대 중반 스마트폰과 SNS에서 일부러 거리를 두는 디지털 디톡스 문화가 확산되면서 함께 알려진 표현입니다.


남들이 유행을 따라가더라도 나는 굳이 따라가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죠.







투자로 바꿔 말하면 간단합니다.


남들 다 살 때 굳이 따라 사지 않을 수 있는 힘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포모와 조모가 완전히 반대되는 단어처럼 보이지만 사실 한 몸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포모가 강하지 않았다면 조모라는 말도 굳이 등장할 이유가 없습니다.


조모가 주목받기 시작했다는 것은 그 직전에 시장의 포모가 그만큼 강했다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 집값에서는 어떨까?


주식과 부동산에서 조모는 조금 다르게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주식은 안 사면 그만입니다.


마음에 드는 가격이 올 때까지 현금을 들고 기다릴 수도 있고, 아예 시장에서 빠져 있어도 됩니다.


하지만 집은 이야기가 다릅니다.


집을 사지 않더라도 결국 어딘가에서는 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전세로 살면 전세금이 필요하고, 월세로 살면 매달 임대료가 나갑니다.


즉 부동산에서는 ‘기다리는 것’ 자체에도 비용이 붙습니다.


원문 기준 서울 아파트 가격은 9월 첫째 주까지 83주 연속 상승했습니다.


역대 최장 기록인 85주에 가까워진 상황입니다.


기준금리가 3%까지 올라왔고 대출 규제도 강화됐는데 집값은 쉽게 꺾이지 않았습니다.


보통 금리가 오르면 대출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주택 수요가 줄어드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그런데 대출 없이 현금으로 매수하는 수요가 남아 있다면 규제 효과가 예상보다 약해질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도 원문 기준 9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금융불균형 위험이 누적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어렵게 들리지만 뜻은 단순합니다.


집값과 부채가 함께 커지고 있어 어느 한쪽이 크게 흔들리면 금융시장 전체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부동산에서의 조모는 주식시장과 느낌이 조금 다릅니다.


주식에서는


“비싸 보여서 안 샀는데 잘했네.”


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집에서는


“너무 올라서 못 사니까 그냥 안 볼래.”


가 될 수도 있습니다.


같은 조모라는 표현이라도 실제 속뜻은 완전히 다를 수 있는 셈입니다.








조모가 항상 좋은 태도일까?


조모라는 단어가 등장했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투자 태도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관망도 하나의 투자 포지션이기 때문입니다.


현금을 100% 들고 있다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 아닙니다.


사실상 내 자산을 현금에 집중하고 있는 선택입니다.


물가가 계속 오른다면 통장에 찍힌 숫자는 그대로여도 그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은 줄어들 수 있습니다.


즉 현금에도 기회비용이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왜 기다리고 있느냐입니다.


단순히 무서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과


“현재 가격은 내가 생각한 가치보다 비싸다”


라고 판단해서 기다리는 것은 겉으로는 똑같아 보여도 전혀 다른 행동입니다.


전자는 시장이 다시 오르기 시작하면 곧바로 포모로 돌아갈 가능성이 큽니다.


반면 후자는 시장이 올라도 본인의 기준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급락장에서


“안 사길 잘했다.”


라고 말하던 사람이 시장이 다시 강하게 반등하면 가장 먼저 추격 매수에 나서는 경우도 있습니다.


결국 포모와 조모가 반복되는 것이죠.


시장이 오르면 놓칠까 봐 사고,

시장이 떨어지면 안 사길 잘했다고 생각하고,


다시 오르면 또 불안해서 매수합니다.


이런 식이라면 단어만 바뀌었을 뿐 투자 기준은 없는 셈입니다.






결국 중요한 건 포모도 조모도 아니다


포모든 조모든 결국 시장에서 느끼는 감정에 붙인 이름입니다.


단어가 바뀐다고 시장이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바뀌어야 하는 것은 투자자의 기준입니다.


내가 어떤 가격에서 사고 싶은지, 얼마나 떨어져도 버틸 수 있는지,현금을 얼마나 보유할 것인지,

그리고 왜 지금 사고 있거나 왜 기다리고 있는지를 스스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포모 때문에 사는 것도 위험하지만 조모라는 말 뒤에 숨어 아무 기준 없이 현금만 들고 있는 것도 좋은 전략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남들이 사고파는 속도가 아니라 내 투자 기준이 있는가입니다.


남들이 다 산다고 따라갈 필요도 없고, 남들이 다 기다린다고 같이 기다릴 필요도 없습니다.


포모도 조모도 지나갑니다.


하지만 투자 기준은 남아 있어야 합니다.


여러분은 지금 시장을 보면서 포모에 더 가까우신가요, 아니면 조모에 더 가까우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