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비싼 GPU입니다.
엔비디아 GPU가 얼마나 들어가는지, HBM은 얼마나 필요한지부터 관심이 쏠리죠.
그런데 GPU가 수천 개, 수만 개로 늘어나기 시작하면 의외의 문제가 생깁니다.
GPU 자체의 계산 성능보다 먼저 막히는 곳이 생기는 겁니다.
바로 서버와 스위치, 그리고 랙 사이에서 데이터를 옮기는 연결망입니다.
GPU 한 장이 아무리 빨라도 다른 GPU와 데이터를 주고받는 시간이 길어지면 전체 시스템은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AI가 커질수록 결국 중요한 것은 계산 속도만이 아니라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고 효율적으로 이동시키느냐가 됩니다.
그래서 2026년 들어 광통신 기술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5G 통신장비와 연결해 보는 경우가 많았다면 지금은 AI 데이터센터의 핵심 인프라 중 하나로 평가받기 시작한 것입니다.
물론 광통신이 GPU의 열을 직접 식혀주는 기술은 아닙니다.
대신 네트워크가 사용하는 전력을 줄이고 장비 내부에서 전기 신호가 이동해야 하는 거리를 짧게 만들어 데이터센터 전체의 전력과 열 부담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광통신 관련주를 볼 때도 이제는 단순히
“AI 관련주인가?”
만 볼 것이 아니라
“실제로 어떤 부품을 공급하고 있고, 그게 주문과 매출로 연결되고 있는가?”
를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뜨거운 GPU 옆에서 진짜 병목은 ‘연결’이다
대규모 AI 학습에서는 여러 GPU가 하나의 거대한 컴퓨터처럼 움직여야 합니다.
각 GPU가 혼자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계속 주고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GPU 숫자가 많아질수록 서버와 스위치, 랙 사이를 오가는 데이터도 폭발적으로 증가합니다.
문제는 기존 전기 신호입니다.
전기 신호는 속도가 빨라지고 이동 거리가 길어질수록 신호 손실이 커집니다.
이를 보완하려면 더 많은 전력이 필요하고 자연스럽게 열도 더 많이 발생합니다.
여기에서 광통신의 역할이 커집니다.
광통신은 전기 대신 빛을 이용해 데이터를 전달합니다.
광섬유는 구리보다 먼 거리에서 신호 손실을 줄이면서 많은 데이터를 전달하기 유리하기 때문에 AI 데이터센터 규모가 커질수록 중요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장치가 광트랜시버입니다.
광트랜시버는 쉽게 말하면 전기 신호를 빛으로 바꿔 보내고, 반대편에서는 다시 빛을 전기 신호로 바꿔주는 장치입니다.
AI 데이터센터에서는 이런 장치가 서버와 랙을 연결하는 핵심 부품으로 사용됩니다.
삼일PwC는 2026년 8월 AI 인프라의 병목이 GPU와 HBM 확보에서 점차 ‘연결’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초기에는 GPU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확보한 GPU 수천 개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연결하느냐가 새로운 숙제가 되고 있는 것입니다.
광통신 역시 단순한 통신 부품을 넘어 AI 인프라의 전력 효율을 높이는 기술로 다시 평가받는 이유입니다.
AI 데이터센터에서는 전력도 돈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속도만이 아닙니다.
AI 데이터센터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전력입니다.
GPU도 전기를 많이 사용하지만 GPU 사이에서 데이터를 주고받는 네트워크 역시 상당한 전력을 사용합니다.
데이터센터가 전력 공급 한계에 가까워질수록 같은 양의 데이터를 더 적은 전력으로 이동시키는 것이 곧 비용 절감으로 연결됩니다.
결국 네트워크 전력 효율 역시 AI 데이터센터의 경쟁력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최근 광통신 기술을 볼 때는
“얼마나 빠른가?”
와 함께
“같은 데이터를 얼마나 적은 전력으로 보낼 수 있는가?”
를 같이 봐야 합니다.
CPO는 냉각 기술이 아니다
최근 AI 광통신 시장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용어 중 하나가 CPO입니다.
CPO는 Co-Packaged Optics, 우리말로 공동패키징 광학이라고 합니다.
이름만 보면 어렵지만 원리는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광학 엔진을 스위치 반도체 바로 가까이에 붙이는 기술입니다.
기존 방식에서는 전기 신호가 인쇄회로기판과 커넥터를 따라 어느 정도 이동한 뒤 광신호로 바뀝니다.
그런데 전기 신호가 빠른 속도로 긴 거리를 이동할수록 신호를 보정하기 위한 장치가 더 많이 필요하고 전력 소모도 증가합니다.
CPO는 이 전기 구간을 최대한 짧게 만드는 방식입니다.
가능한 빨리 빛으로 바꿔 데이터를 보내자는 것입니다.
엔비디아는 실리콘 포토닉스를 적용한 CPO 스위치가 기존 플러거블 광트랜시버 기반 네트워크보다 네트워크 전력 효율을 최대 5배 개선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숫자를 잘못 이해하면 안 됩니다.
데이터센터 전체 전력 사용량이 5분의 1로 줄어든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GPU와 냉각 설비를 포함한 데이터센터 전체 전력이 아니라 네트워크 광연결 방식의 효율을 비교한 숫자입니다.
이 차이를 빼버리면 기술 기대가 주가 기대치로 지나치게 부풀어 오를 수 있습니다.
이제 CPO가 연구실을 넘어 생산으로 가고 있다
광통신 시장이 최근 다시 강하게 주목받는 이유는 CPO가 단순한 미래 기술에 머물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투자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는 2026년 3월 루멘텀과 코히어런트에 각각 20억달러를 투자하며 광학 기술과 생산능력 확보에 나섰습니다.
5월에는 베라 루빈 플랫폼에 사용될 스펙트럼-X 이더넷 포토닉스가 생산 단계에 들어갔습니다.
9월에는 마벨과 글로벌파운드리스도 AI 데이터센터용 고속 광연결 반도체 생산능력 확대에 나섰습니다.
즉 중요한 변화는
“앞으로 CPO가 뜰 것이다”
라는 기대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 설비 투자와 공급망 확대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400G, 800G를 넘어 이제 1.6T
광통신 시장의 또 다른 변화는 속도입니다.
기존에는 400G와 800G가 중요한 기준이었다면 이제 시장은 1.6T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VIAVI는 2026년 9월 1.6T 기술이 랙 내부와 AI 클러스터, 데이터센터 간 연결에 실제 배치되고 있으며 차세대 3.2T 기술 준비도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속도가 한 단계 높아지면 단순히 광트랜시버 하나만 바뀌는 것이 아닙니다.
광원과 수신기, 패키지, 광섬유, 커넥터 등 주변 부품의 성능 요구 조건도 같이 높아집니다.
그래서 AI 데이터센터 광통신 시장의 수혜 범위가 한두 기업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각 회사가 공급망의 어느 위치에 들어가 있는지를 구분하는 것입니다.
우리로는 이미 계약서가 나왔다
국내 광통신 관련 기업 가운데 최근 실제 주문 숫자가 눈에 띈 곳이 우리로입니다.
우리로는 9월 11일 중국 광통신 기업 VSUNLIGHT와 데이터센터용 부품 원자재 공급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계약금액은 약 136억원입니다.
회사 최근 매출의 32%에 해당하는 규모이며 계약기간은 2028년 8월 14일까지입니다.
우리로가 공급하는 CWDM AWG는 여러 파장의 빛을 하나로 합치거나 다시 나눠주는 수동 광소자입니다.
쉽게 말하면 하나의 광섬유 안에서 여러 데이터 신호가 동시에 이동할 수 있도록 교통정리를 해주는 장치에 가깝습니다.
회사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한 200Gbps 광검출기도 시제품 성능 검증을 마치고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에 실적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우리로의 2026년 상반기 연결 매출은 293억원, 영업이익은 4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동기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습니다.
다만 이 실적 전체가 광통신에서 나온 것은 아닙니다.
시스템통합 사업 등이 함께 포함돼 있기 때문에 광통신 사업 자체의 수익성을 따로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136억원이라는 계약금액만 보는 것보다 앞으로 실제 분기 실적에 얼마나 안정적으로 반영되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테마가 강할 때는 기술 이름이 먼저 눈에 들어오지만 주가를 오래 움직이는 것은 결국 실적입니다.
오이솔루션은 1.6T와 CPO를 준비하고 있다
오이솔루션은 광트랜시버와 레이저 다이오드를 직접 다루는 기업입니다.
그래서 AI 데이터센터의 고속화와 연결되는 부분이 비교적 명확합니다.
회사는 AI 데이터센터용 1.6T 광트랜시버와 CPO용 외부광원 제품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2026년 3월에는 ELSFP라는 외부 레이저 제품을 공개했습니다.
이 제품은 열에 민감한 레이저를 뜨거운 스위치 ASIC에서 떨어뜨려 배치할 수 있도록 만든 구조입니다.
CPO처럼 장비가 고밀도로 구성되는 환경에서는 광원의 열 관리와 유지보수가 중요하기 때문에 이런 외부 광원 기술이 필요해질 수 있습니다.
기술만 보면 AI 데이터센터가 좋아할 만한 키워드가 거의 모두 들어 있습니다.
1.6T, CPO, 외부광원까지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투자에서는 여기서 한 번 더 봐야 합니다.
2026년 2분기 오이솔루션의 매출은 197억원이었고 영업손실은 9억원으로 아직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이 차이가 중요합니다.
제품을 공개했다는 것과 그 제품이 대량 생산돼 매출로 잡히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오이솔루션 역시 고객 샘플 공급 이후 인증을 통과하는지, 실제 양산 주문으로 이어지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기술 로드맵은 충분히 흥미롭지만 결국 투자자는 주문서를 봐야 합니다.
대한광통신은 ‘광케이블’에서 돈을 번다
대한광통신은 CPO 엔진이나 광트랜시버와는 조금 다른 위치에 있습니다.
광섬유와 광케이블 쪽에서 AI 데이터센터 수요를 받고 있습니다.
2026년 2월 미국 하이퍼스케일 AI 데이터센터에 864심 초고다심 광케이블 1차 물량을 수주했고, 6월에는 약 355억원 규모의 2차 계약을 추가로 확보했습니다.
1차와 2차를 합친 누적 공급 규모는 약 411억원입니다.
납품 기간은 2026년 7월부터 2027년 말까지입니다.
광케이블이라고 하면 반도체나 CPO만큼 화려해 보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가 커질수록 한정된 공간 안에 더 많은 광섬유를 넣어야 합니다.
이때 케이블의 밀도와 설치 효율이 중요해집니다.
AI 데이터센터가 커지는 과정에서 결국 수많은 서버와 랙을 실제로 연결해주는 물리적인 케이블도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RF머트리얼즈는 광통신 패키지에서 돈이 들어온다
RF머트리얼즈는 다시 공급망 위치가 다릅니다.
광통신용 패키지를 공급하는 기업입니다.
회사는 루멘텀향 통신용 패키지 물량 확대가 실적 개선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2026년 2분기 매출은 251억원, 영업이익은 53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51.3%, 영업이익은 182.4% 증가했습니다.
같은 ‘광통신 관련주’라는 이름으로 묶여 있지만 실제로 돈을 버는 위치는 완전히 다릅니다.
- 우리로는 광소자.
- 오이솔루션은 광트랜시버와 광원.
- 대한광통신은 광섬유와 광케이블.
- RF머트리얼즈는 광통신용 패키지.
이렇게 구분해서 보는 편이 훨씬 이해하기 쉽습니다.
결국 종목을 한 줄로 세워 놓고 어떤 광통신 관련주가 가장 많이 오를지를 찾기보다 각 기업이 AI 데이터센터 공급망에서 어떤 병목을 해결하고 있는지부터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테마보다 주문서가 오래 간다
최근 광통신 관련 종목들의 주가가 강하게 움직인 것도 사실입니다.
9월 1일부터 16일까지 빛과전자는 55.56%, 한국첨단소재는 59.95%, 대한광통신은 15.33% 상승했습니다.
거래량도 크게 늘었습니다.
하지만 주가 변동성이 커졌다는 것과 산업이 장기적으로 성장한다는 것은 같은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 정도로 짧은 기간에 주가가 급등했다면 산업 공부와 주가 추격을 구분해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산업이라도 좋은 매수가격까지 자동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CPO가 본격적인 생산 단계로 들어가고 있지만 기존 플러거블 광트랜시버가 바로 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플러거블 방식 역시 1.6T까지 계속 발전하고 있습니다.
코히어런트와 브로드컴 등도 차세대 플러거블 제품을 계속 개발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기술 하나가 등장했다고 기존 기술이 다음 날 사라지는 시장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광통신 관련주를 볼 때 순서가 중요하다
광통신 관련주를 볼 때는 기술 이름부터 보는 것보다 실제 사업 진행 단계를 순서대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장 먼저 실제 수주가 발생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그다음 고객사 테스트와 인증이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봐야 합니다.
인증이 끝났다면 실제 양산으로 넘어가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이후 일회성 주문이 아니라 반복 주문으로 이어지는지도 중요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매출이 증가할 때 영업이익도 함께 좋아지는지를 봐야 합니다.
결국
수주 → 고객 인증 → 양산 → 반복 주문 → 매출 증가 → 영업이익 개선
이라는 과정이 실제로 나타나는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주가가 이 과정보다 훨씬 먼저 올라갔다면 기대가 실적보다 얼마나 앞서 있는지도 함께 계산해야 합니다.
AI 시대, GPU만 볼 수 없는 이유
AI 데이터센터의 전력과 열 문제는 앞으로도 쉽게 사라지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GPU 성능이 높아질수록 GPU끼리 주고받아야 하는 데이터도 많아지고, 그 데이터를 이동시키는 네트워크의 중요성도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AI 인프라를 볼 때는 GPU와 HBM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GPU를 연결하는 스위치.
- 전기 신호를 빛으로 바꾸는 광트랜시버.
- CPO에 들어가는 광원과 광학 엔진.
- 수많은 서버를 실제로 연결하는 광섬유와 케이블.
그리고 이를 보호하고 연결하는 패키지까지 함께 봐야 합니다.
다만 AI 데이터센터가 성장한다고 모든 광통신 기업이 같은 속도로 성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술 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는 회사도 있고, 고객 테스트를 진행하는 회사도 있으며, 이미 계약을 따내 실제 매출을 만들고 있는 회사도 있습니다.
그래서 광통신 관련주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단순합니다.
“AI와 관련이 있나?”
가 아니라
“AI 때문에 실제 주문이 얼마나 늘고 있나?”
입니다.
빛의 속도가 아무리 빨라져도 결국 투자자에게 중요한 것은 그 빛이 실제 주문서와 손익계산서까지 도착하는 속도입니다.
컨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