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를 걷다 보면 공사 중인 건물 안에 철제 지지대가 빼곡하게 세워져 있는 모습을 볼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공사가 어느 정도 진행되면 그 지지대는 하나씩 빠지기 시작하죠.
그렇다고 건물이 당장 무너지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지지대가 사라진 뒤 콘크리트가 스스로 무게를 버틸 만큼 충분히 단단해졌느냐입니다.
요즘 삼성전자 주가도 비슷하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동안 수급을 받쳐줬던 대규모 자사주 매입이 이제 막바지로 향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음부터는 무엇이 주가를 받쳐줘야 할까요?
결국 실적입니다.
끝이 보이는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
삼성전자는 지난 8월 21일 약 15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습니다.
매입 대상은 보통주 5,328만5,968주입니다.
당초 취득 기간은 8월 24일부터 11월 21일까지로 잡혀 있었습니다. 이번 자사주 취득 목적은 임직원 주식보상입니다.
그런데 실제 매입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빠릅니다.
9월 18일까지 20거래일 동안 삼성전자가 사들인 자사주는 3,980만주입니다.
전체 예정 물량의 74.69%입니다.
누적 매입 금액도 10조3,078억원에 달합니다.
계산해 보면
3,980만주 ÷ 5,328만5,968주 × 100
= 약 74.69%
입니다.
남은 물량은
5,328만5,968주 - 3,980만주
= 1,348만5,968주입니다.
삼성전자는 첫날 180만주를 매입한 뒤 이후에는 하루 200만주 수준으로 꾸준히 사들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같은 속도를 유지한다고 단순 계산하면
1,348만5,968주 ÷ 200만주
= 약 6.7거래일
정도가 필요합니다.
시장에서는 추석 연휴를 감안하더라도 10월 초면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이 마무리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일부 계산으로는 10월 1일 전후가 거론됩니다.
하루 200만주 매수자가 사라진다
투자자들이 신경 쓰는 부분도 바로 여기입니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매 거래일 약 200만주를 직접 사들이는 확실한 매수 주체였습니다.
특히 외국인이나 기관이 매도하는 날에도 회사의 자사주 매입 물량이 시장에서 매물을 받아주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이 진행된 기간에는 기타법인의 순매수가 외국인과 기관, 개인의 매도 물량을 상당 부분 받아냈습니다.
그래서 시장에서는 자사주 매입이 끝난 뒤 단기적인 수급 공백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매일 들어오던 약 200만주의 고정적인 수요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는 구분해야 합니다.
자사주 매입이 끝난다고 해서 곧바로 삼성전자 주가가 떨어진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자사주 매입은 주가를 움직이는 여러 수급 요인 가운데 하나일 뿐이고, 결국 이후 방향을 결정할 더 중요한 변수는 실적과 외국인 수급입니다.
이제 3분기 실적을 봐야 할 때
그래서 지금부터는 자사주 매입 물량보다 삼성전자 3분기 실적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습니다.
시장 기대치는 이미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9월 중순 기준 네이버 증권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집계에서는 삼성전자의 2026년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약 113조1,000억원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른 집계에서는 약 111조4,000억원 수준이어서 데이터 제공처와 집계 시점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즉 특정 숫자 하나를 절대적인 기준으로 보기보다는 대략 110조원대 초반까지 시장 기대치가 올라와 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전 분기 실적과 비교하면 상당한 수준입니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잠정 실적으로
매출 171조원
영업이익 89조4,000억원
을 기록했습니다.
현재 약 111조~113조원 수준의 컨센서스를 적용한다면 영업이익이 한 분기 만에 다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시장이 기대하고 있는 셈입니다.
문제는 잘 나오는 것만으로 부족할 수 있다
여기서 주식시장의 재미있는 부분이 나옵니다.
기업이 사상 최대 실적을 내더라도 주가가 반드시 오르는 것은 아닙니다.
시장에서는 항상 실제 숫자와 예상했던 숫자를 비교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시장이 영업이익 112조원을 기대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실제로 삼성전자가 110조원을 기록한다면 절대적인 실적만 보면 엄청난 숫자입니다.
하지만 시장 기대치와 비교하면
110조원 - 112조원
= 2조원 부족합니다.
반대로 시장 예상이 112조원인데 실제로 118조원이 나온다면
118조원 - 112조원
= 6조원 서프라이즈입니다.
주식시장에서는 이 차이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단순히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느냐”보다 “높아진 시장 기대치를 다시 넘어섰느냐”가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반도체가 얼마나 벌었는지가 핵심
3분기 실적에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역시 반도체입니다.
삼성전자 실적이 올해 급격하게 개선된 핵심 배경도 반도체 업황 회복입니다.
1분기 삼성전자의 전체 영업이익은 57조2,000억원이었는데 2분기에는 89조4,000억원까지 증가했습니다.
이제 시장이 확인하려는 것은 메모리 가격 상승이 실제 DS부문의 이익 증가로 얼마나 연결됐느냐입니다.
특히 DRAM과 NAND 가격 흐름, HBM 등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 서버와 AI 관련 메모리 수요가 중요한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메모리 가격이 올라도 출하량이나 제품 믹스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시장 기대만큼 이익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가격과 출하량, 고부가제품 비중이 모두 좋아진다면 4분기와 내년 실적 전망까지 다시 높아질 수 있습니다.
잠정실적에서 확인할 세 가지
앞으로 삼성전자의 3분기 잠정실적이 발표되면 저는 크게 세 가지를 확인해볼 만하다고 봅니다.
첫 번째는 영업이익이 당시 시장 컨센서스를 넘어서는지입니다.
현재는 약 111조~113조원대지만 실적 발표 직전까지 증권사의 추정치는 계속 바뀔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 특정 숫자를 기준으로 잡기보다는 발표 직전 최신 컨센서스와 실제 실적을 비교하는 게 정확합니다.
두 번째는 반도체 부문의 이익입니다.
단순히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이 많이 나오는 것보다 DS부문 수익성이 얼마나 개선됐는지가 중요합니다.
세 번째는 실적 발표 이후 전망치입니다.
3분기 실적이 좋더라도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낮아진다면 시장에서는 고점에 가까워졌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3분기 실적이 기대를 웃돈 뒤 4분기와 내년 전망치까지 함께 상향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자사주 매입 종료보다 외국인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자사주 매입이 끝나면 결국 그 자리를 누가 채우느냐가 중요합니다.
가장 먼저 볼 것은 외국인 수급입니다.
최근 자사주 매입 기간에는 외국인과 기관이 매도하는 가운데 기타법인의 대규모 매수가 시장을 받치는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자사주 매입이 종료된 뒤에도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다시 사기 시작한다면 수급 공백에 대한 부담은 생각보다 작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높은 실적 기대에도 외국인 매도가 계속된다면 자사주 매입 종료가 체감상 더 크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결국 실적과 수급을 따로 볼 게 아니라 같이 봐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자사주 매입이 끝난다고 무조건 불안할 필요는 없다
다시 처음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공사장에서 철제 지지대를 철거한다고 해서 건물이 바로 위험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건물 자체가 충분히 단단해졌다면 더 이상 임시 지지대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도 비슷합니다.
그동안 하루 약 200만주씩 들어오던 자사주 매입은 분명 주가 수급에 도움이 됐습니다.
하지만 그 매입이 끝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앞으로의 주가 방향을 결정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다음 지지대는 실적입니다.
현재 시장은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을 110조원대 초반까지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로 기대치가 높아진 상황에서는 단순한 사상 최대 실적보다 시장 예상치를 얼마나 넘어서는지, 그리고 그 뒤 4분기와 내년 전망이 다시 올라가는지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자사주 매입이라는 지지대가 빠진 자리를 반도체 실적과 외국인 수급이 채운다면 상승 흐름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외국인 매도까지 겹친다면 그동안 잘 보이지 않았던 자사주 매입 종료의 영향이 더 크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자사주 매입이 끝난다”는 사실 자체를 두려워하기보다 삼성전자가 그 빈자리를 실적으로 채울 만큼 단단해졌는지를 확인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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