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은 금리 인상이라는 말을 들으면 보통 채권 가격이나 성장주부터 떠올립니다.
그런데 이번 9월은 조금 다릅니다.
미국과 일본이라는 세계 금융시장의 핵심 축이 같은 주에 동시에 금리를 올렸기 때문입니다.
원문 기준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9월 16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3.75~4.00%로 조정했습니다.
이틀 뒤 일본은행도 정책금리를 1.25%로 높였습니다.
미국에서는 달러를 빌리는 비용이 올라가고, 일본에서는 오랫동안 값싼 자금의 출발점이었던 엔화의 조달비용까지 높아진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시장에서는 단순히
“금리가 올랐으니 어떤 자산이 오를까?”
보다
“금리가 움직였을 때 내 자산은 얼마나 빨리 적응할까?”
를 보는 것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특히 채권 ETF는 같은 채권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어도 금리에 반응하는 방식이 크게 다릅니다.
미국도 일본도 동시에 브레이크를 밟았습니다
원문 기준 연준의 이번 금리 인상은 2023년 이후 첫 인상입니다.
7월까지 3.50~3.75%였던 기준금리를 9월에는 3.75~4.00%로 올렸습니다.
그런데 시장이 더 중요하게 본 것은 이번 한 번의 인상보다 앞으로의 금리 경로였습니다.
9월 경제전망에서 연준 참가자들이 예상한 2026년 말 기준금리 중간값은 4.1%로 올라갔습니다.
6월 전망의 3.8%보다 높아진 수준입니다.
즉 금리가 생각보다 빠르게 내려가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입니다.
물가 전망 역시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높은 금리가 더 오래 간다”
는 부담이 시장에 다시 반영되고 있습니다.
일본은행 역시 9월 18일 정책금리를 1.25%로 인상했습니다.
표결은 7대2였습니다.
일본은행은 경제와 물가가 전망대로 움직인다면 추가 금리 인상도 가능하다는 방향을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두 명이 반대했다는 점을 보면 일본의 긴축 속도가 앞으로도 계속 빠르게 이어질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이번 시장의 핵심은 미국과 일본이 모두 금리를 올렸다는 사실 자체보다 달러와 엔화의 조달비용이 동시에 높아졌다는 데 있습니다.
문제는 금리보다
돈이 움직이는 방향입니다
연준의 금리는 달러 현금의 가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일본은행의 금리는 엔화 자금의 가격에 가깝습니다.
두 금리가 동시에 올라가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위험자산을 살 때 포기해야 하는 안전자산 수익률이 높아집니다.
레버리지를 활용하는 투자자는 돈을 빌리는 비용까지 올라갑니다.
이때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것이 성장주입니다.
성장주는 먼 미래에 벌어들일 이익에 높은 가치를 부여받는 경우가 많은데, 금리가 올라가면 미래 이익의 현재가치가 낮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채권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만기가 긴 채권은 금리 변화에 더 민감하게 움직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에 일본 쪽에서는 엔 캐리 트레이드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입니다.
그런데 일본 금리가 올라가면 엔화를 빌리는 비용도 올라갑니다.
여기에 엔화 가치까지 강해지면 환차손 부담이 커지면서 기존 포지션을 줄이는 움직임이 나올 수 있습니다.
값싼 엔화가 글로벌 위험자산의 연료 역할을 해왔다면, 일본은행의 금리 정상화는 그 연료의 가격을 조금씩 올리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채권 ETF에서는
듀레이션부터 봐야 합니다
금리 인상기에 채권 ETF를 볼 때 가장 먼저 확인할 숫자가 있습니다.
바로 듀레이션입니다.
듀레이션은 금리가 움직일 때 채권 가격이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일반적으로 듀레이션이 길수록 금리가 오를 때 가격 하락 위험도 커집니다.
원문 기준 9월 17일 SGOV의 유효 듀레이션은 0.11년입니다.
USFR은 0.02년으로 더 짧습니다.
STIP은 2.32년입니다.
비교용으로 IEF의 유효 듀레이션은 약 6.92년 수준입니다.
같은 미국 국채 관련 ETF라고 해도 금리 변화에 대한 민감도가 완전히 다른 것입니다.
그래서
“금리가 올랐으니 채권을 사자”
라는 식으로 단순하게 접근하기보다는 먼저 듀레이션을 확인하는 편이 낫습니다.
SGOV
달러 현금을 잠시 대기시키는 느낌
첫 번째는 SGOV입니다.
SGOV는 만기가 0~3개월인 미국 국채에 투자합니다.
원문 기준 9월 17일 30일 SEC 수익률은 3.65%, 유효 듀레이션은 0.11년, 총보수는 0.09%입니다.
듀레이션이 매우 짧기 때문에 금리 변동에 따른 가격 움직임이 상대적으로 작습니다.
그래서 큰 가격 변동을 감수하기보다는 달러 현금을 잠시 대기시키면서 단기금리를 받고 싶은 투자자에게 가까운 구조입니다.
연준이 추가로 금리를 올리더라도 보유 채권의 만기가 짧기 때문에 새로운 금리가 비교적 빠르게 반영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USFR
단기금리를 빠르게 따라가는 구조
두 번째는 USFR입니다.
USFR은 미국 재무부의 변동금리채에 투자합니다.
원문 기준 9월 18일 유효 듀레이션은 0.02년, 30일 SEC 수익률은 3.69%, 순보수는 0.15%입니다.
이 ETF의 특징은 금리가 일정 주기로 다시 설정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단기금리가 더 올라가면 이자수익도 비교적 빠르게 따라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연준이 금리 인하로 돌아선다면 현재의 높은 분배수익률도 빠르게 내려갈 수 있습니다.
SGOV와 USFR은 성격이 꽤 비슷하기 때문에 두 상품을 동시에 많이 보유한다고 해서 분산효과가 크게 늘어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STIP
물가가 오래 버틸 때 보는 ETF
세 번째는 STIP입니다.
STIP은 만기 5년 이하의 미국 물가연동국채 TIPS에 투자합니다.
원문 기준 유효 듀레이션은 2.32년, 실질수익률은 2.61%, 12개월 후행 분배수익률은 4.96%, 총보수는 0.03%입니다.
SGOV나 USFR이 단기금리 대응에 가깝다면 STIP은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오래 이어질 때 방어력을 추가하는 역할에 더 가깝습니다.
다만 듀레이션이 SGOV와 USFR보다 길기 때문에 실질금리가 빠르게 올라간다면 가격 변동폭도 더 커질 수 있습니다.
또 TIPS의 수익률은 물가 조정 방식 때문에 일반 단기채 ETF와 숫자를 그대로 비교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세 ETF는 단순히 수익률 순위를 정하기보다 역할로 구분해서 보는 편이 낫습니다.
SGOV
달러 현금 대기
USFR
단기금리 추종
STIP
물가 방어
정도로 이해하면 비교가 훨씬 쉽습니다.
엔 캐리 트레이드
조용히 끝나지는 않습니다
일본은행이 금리를 올리면 엔화가 바로 강해질 것 같지만 실제 시장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원문 기준 9월 18일 일본은행이 금리를 1.25%로 올린 뒤에도 엔화는 오히려 약세를 보였습니다.
시장에서는 현재 금리보다 앞으로 일본은행이 얼마나 빠르게 추가 인상에 나설지를 더 중요하게 본 것입니다.
연준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금리보다 앞으로 높은 금리가 얼마나 오래 유지될지가 더 중요한 변수입니다.
결국 달러·엔 환율은 미국과 일본 어느 한쪽만 보고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한국 투자자에게는 환율이라는 변수가 하나 더 있습니다.
미국 ETF 자체 수익률이 좋아도 원화가 강해지면 달러 자산의 원화 환산 수익률은 낮아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원화가 약해지면 채권 수익에 환율 효과가 더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 ETF를 볼 때는 상품의 금리 구조와 함께 원·달러 환율까지 고려해야 계산이 완성됩니다.
이번 금리인상기
수익률보다 구조가 중요합니다
이번 시장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생각은
“금리가 오르면 이 ETF는 무조건 오른다”
같은 단순한 공식입니다.
SGOV와 USFR은 금리 민감도가 낮다는 장점이 있지만 연준이 금리를 내리기 시작하면 현재의 높은 단기 수익률도 낮아질 수 있습니다.
STIP은 물가 방어에 강점이 있지만 SGOV나 USFR보다 듀레이션이 길어 실질금리 상승에 따른 가격 변동이 더 클 수 있습니다.
장기채는 앞으로 금리가 내려갈 때 더 큰 가격 상승을 기대할 수 있지만, 금리 하락 시점을 너무 일찍 예상하면 긴 듀레이션이 오히려 손실을 키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채권 ETF를 볼 때는 다음 순서가 더 중요합니다.
먼저 앞으로 금리 방향을 보고, 그다음 듀레이션을 확인하고, 금리가 얼마나 빠르게 다시 설정되는지 보고,
인플레이션에 얼마나 노출돼 있는지 확인한 뒤, 마지막으로 환율까지 살펴보는 것입니다.
미국과 일본이 같은 주에 금리를 올렸다는 것은 단순한 중앙은행 이벤트 하나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달러와 엔화의 자금 조달비용이 동시에 올라가면서 글로벌 자금의 흐름 자체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시장에서는 최고 수익률을 찾아다니는 것보다 내가 보유한 ETF가 금리 변화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SGOV는 현금 대기, USFR은 단기금리 추종,
STIP은 인플레이션 방어라는 역할이 각각 다릅니다.
결국 금리 인상기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어떤 ETF가 가장 많이 오를까?”
보다
“금리가 예상과 다르게 움직여도 어떤 구조가 가장 잘 버틸까?”
를 먼저 생각하는 것입니다.
Fed와 BOJ가 동시에 브레이크를 밟은 지금은 수익률 경쟁보다 구조를 이해하는 사람이 훨씬 편하게 버틸 수 있는 시장에 가깝습니다.
컨텐츠